청주방문 이해찬 발언 해석분분
초대형 프로젝트 제동 내비쳤나
민주당, 도와 협의없이 현장방문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충북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플랫폼 구축과 KTX 세종역 신설을 맞바꾸는 이른바 '빅딜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여권 최고실세인 이해찬 대표(세종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전국 민생투어 첫 일정으로 청주 오창을 방문한 이후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빅딜 '의중'이 담긴 행보가 아니였냐는 시각을 나타낸다. 즉 세종시의 최대현안과 충북지역의 '100년 먹거리' 마련을 1대1 교환하기 위한 수순밟기로 읽혀진다는 것이다.
반면 충북의 초대형 프로젝트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암시(暗示)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오창 현장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와 관련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삼성에서 100조원 이상을 투자해서 비메모리 분야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충북은 비메모리 중 후속공정 쪽을 준비하고 있다. 장점과 가능성을 자세히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게 전망했다.
충북도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플랫폼 구축을 염두하고 '떠보기식' 발언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충북지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후공정 플랫폼 구축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는 의미가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게 골자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충북이 세종역 신설 추진 반대를 철회하면 비메모리 후공정 분야를 지원사격 하겠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이시종 충북지사가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분야로 '사생결단(死生決斷)'하려고 한다"는 발언을 내놓을 정도로 충북도는 후공정 플랫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후공정 플랫폼 구축의 예정 위치는 충북혁신도시이며 부지 규모는 2만㎡, 연면적 8000㎡이다. 총 사업비는 2500억원(국비 2100억원+지방비 400억원, 부지 별도)이다.
충북지역은 국내 최고수준의 반도체 생산지(SK하이닉스, DB하이텍, 매그나칩 등)로 후공정 분야의 네패스, 설계부분인 어보브반도체·해치텍 등 다수의 중소기업이 포진해 앞으로 시스템반도체 거점지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이 대표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경쟁력 강화, 즉 "자립"을 강조했다. 이 역시 충북도와 민주당 변재일 의원(청주 청원) 등이 적극 추진하는 중부권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총 사업비 1조원)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풀이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방사광가속기 추가 구축은 '뗄래야 뗄 수 없다'는 게 관련업계와 학계 등의 공통된 시각이다. 앞서의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세종역 신설 추진 논란이 불거진 이 때 충북지역이 원하는 또 하나의 대형사업을 콕 찝어서 말했다"며 "세종역 신설을 계속 반대하면 충북의 초대형 사업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비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창 방문 일정과 관련해 충북도와 사전에 그 어떤 협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중앙당 차원에서 모든 스케줄을 계획하고 충북도 등에 '통보'만 했다는 것이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이번에는 일정 통보만 받았다"고 황당해 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