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방문 이해찬 발언 해석분분
초대형 프로젝트 제동 내비쳤나
민주당, 도와 협의없이 현장방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3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반도체 기업 네패스 공장에서 열린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3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반도체 기업 네패스 공장에서 열린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충북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플랫폼 구축과 KTX 세종역 신설을 맞바꾸는 이른바 '빅딜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여권 최고실세인 이해찬 대표(세종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전국 민생투어 첫 일정으로 청주 오창을 방문한 이후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빅딜 '의중'이 담긴 행보가 아니였냐는 시각을 나타낸다. 즉 세종시의 최대현안과 충북지역의 '100년 먹거리' 마련을 1대1 교환하기 위한 수순밟기로 읽혀진다는 것이다.

반면 충북의 초대형 프로젝트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암시(暗示)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오창 현장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와 관련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삼성에서 100조원 이상을 투자해서 비메모리 분야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충북은 비메모리 중 후속공정 쪽을 준비하고 있다. 장점과 가능성을 자세히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게 전망했다.

충북도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플랫폼 구축을 염두하고 '떠보기식' 발언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충북지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후공정 플랫폼 구축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는 의미가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게 골자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충북이 세종역 신설 추진 반대를 철회하면 비메모리 후공정 분야를 지원사격 하겠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이시종 충북지사가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분야로 '사생결단(死生決斷)'하려고 한다"는 발언을 내놓을 정도로 충북도는 후공정 플랫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후공정 플랫폼 구축의 예정 위치는 충북혁신도시이며 부지 규모는 2만㎡, 연면적 8000㎡이다. 총 사업비는 2500억원(국비 2100억원+지방비 400억원, 부지 별도)이다.

충북지역은 국내 최고수준의 반도체 생산지(SK하이닉스, DB하이텍, 매그나칩 등)로 후공정 분야의 네패스, 설계부분인 어보브반도체·해치텍 등 다수의 중소기업이 포진해 앞으로 시스템반도체 거점지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이 대표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경쟁력 강화, 즉 "자립"을 강조했다. 이 역시 충북도와 민주당 변재일 의원(청주 청원) 등이 적극 추진하는 중부권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총 사업비 1조원)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풀이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경쟁력 강화와 방사광가속기 추가 구축은 '뗄래야 뗄 수 없다'는 게 관련업계와 학계 등의 공통된 시각이다. 앞서의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세종역 신설 추진 논란이 불거진 이 때 충북지역이 원하는 또 하나의 대형사업을 콕 찝어서 말했다"며 "세종역 신설을 계속 반대하면 충북의 초대형 사업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비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창 방문 일정과 관련해 충북도와 사전에 그 어떤 협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중앙당 차원에서 모든 스케줄을 계획하고 충북도 등에 '통보'만 했다는 것이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이번에는 일정 통보만 받았다"고 황당해 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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