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본영 충남 천안시장이 어제 열린 대법원 상고심에서 벌금 800만원이 확정돼 결국 시장직을 상실했다. 선출직 공직자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 이날 구 시장의 중도하차로 천안시정이 혼란을 겪지 않을까 걱정된다. 천안시는 구만섭 부시장의 시장권한 대행 체제에 들어갔다. 이럴 때 일수록 전 직원들은 시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직무에 충실히 임해야겠다.

구 시장은 이임사에서 "대법원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어찌됐든 저의 부덕의 소치이며 불찰이었다"고 피력했다. 시장 낙마 소회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구 시장은 지난해 열린 7회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임 중 재판정을 오가는 처지가 됐다. 선거를 앞두고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의 구 시장에 대한 공천은 무리수였음이 판명됐다. 당시 정가에 수사를 받고 있는 구 시장 공천은 위험하다는 분위기가 퍼져있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구 시장을 전략공천 함으로써 부실공천의 책임을 떠안게 됐다. 게다가 수십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법원에 구 시장 선처 탄원서를 내기까지 했다. 민주당 충남도당이 "천안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여긴다"며 고개를 숙인 건 그래서다.

야권은 민주당이 천안시민을 우롱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천안시장 보궐선거 무공천과 선거비용 보전을 요구했다.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으니 혈세인 선거비용을 내놓으라는 거다. 천안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4·15총선 때 함께 치러진다. 민주당 당헌 제96조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 한다"고 규정돼 있다. 민주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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