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빵집 바게트. 사진=이춘건

넘쳐나는 건강정보, 의학상식은 도움이 되는 반면 적지 않은 경우 혼란과 갈등을 유발한다. 같은 현상을 놓고도 엇갈린 주장을 펴는가 하면 체질, 신체 상태 그리고 생활습관에 따라 각기 다른 경우를 도외시하고 일괄적으로 단정을 내리기 때문에 이런 혼동은 가중된다. 가령 탄수화물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는 경우 비만을 야기하는 주범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인체 밸런스와 영양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필수성분임을 강조하는 기사나 포스팅을 접하게 된다. 인간심리는 대체로 부정적이거나 위험을 알리는 쪽으로 무게를 두며 신뢰하는 편이어서 탄수화물 기피는 가중된다. 쌀소비 감소→재고 누적→쌀농사 기피→정부지원… 같은 일련의 악순환은 자못 심각하다.

과학적 근거가 정리되지 않은 탄수화물 기피 현상은 우리만의 일이 아닌 듯하다. 프랑스에서 식사 때마다 올라오는 막대기 모양의 빵 '바게트'도 소비가 감소 추세라고 한다. 비만을 두려워하는 인식은 동·서양 젊은이들에게 공통인가 보다. 밀가루와 소금, 물 그리고 소량의 이스트로 제조되는 바게트는 우리나라에서도 제조돼 팔리지만 맛과 식감, 보관기일 등 여러 면에서 차별성이 있다. 같은 밀가루라 해도 우리가 쓰는 (주로 수입된) 밀가루와 유럽 현지산 밀가루의 차이는 현존하고 물과 소금의 정밀한 성분 그리고 온도와 습도 같은 기후요소에 따라 풍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동안 유행했다가 요즘은 잊혀져가는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어휘가 다시 생각난다. 국내생산 쌀도 재고가 넘쳐나는 마당에 외국산 쌀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국제교역 환경에서 밥만큼은 아직 우리 쌀로 지어먹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급식소나 저렴한 식당, 막걸리 제조, 과자 등에서는 수입쌀이 쓰인다지만 외국산 먹을거리로 대부분 점령당한 우리 식탁에서 쌀, 밥은 우리가 지켜야할 식생활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간다.

하루만 지나도 굳어져 먹기에 적절치 않은 바게트를 여러 용도로 활용하는 외국의 지혜는 눈여겨볼만 하다. 동물간식, 푸딩, 수프에 넣어 먹거나 퐁뒤같은 음식 재료로 알뜰하게 활용한다. 우리도 식은 밥을 볶음밥, 죽, 누룽지 등으로 이용하지만 보다 다양한 밥 활용 레시피 개발이 필요하다. 쌀값이 저렴하다고 벼농사를 포기해 초토화된 다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 외국산 수입쌀을 먹어야 할 미래는 두렵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