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의 서예이야기(370)]

수많은 이백의 시 가운데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시구에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이란 것이 있다. 늙은 몸의 슬픔을 노래한 것인데, 과장이 심한 중국식 표현으로 예로부터 사람들의 입에 흔히 올랐다.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흰 머리털이 삼천장이네/ 연수사개장(緣愁似箇長)-근심 걱정으로 저리도 길었네/ 불지명경리(不知明鏡裏)-알지 못하는 사리 거울 속에는/ 하처득추상(何處得秋霜)어느새 허연 서리가 내 머리털에 내려앉았네/ 거울에 비친 흰 머리를 보고 서리같이 허연 것은 어디서 온 것인가. 내 머리는 이렇게까지 희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탄식하는 마음…. 

이 시는 ‘추포음(秋浦吟)’17수 가운데 한 수인 오언절구(五言絶句)에서 나온 말이다. 17수 모두 기교를 부리지 않고 담담하게 써 내려 간 필치로 그의 늘그막의 고독을 짐작하게 한 우수한 작품이다. 

‘백발삼천장’이란 시구는 확실히 과장되게 한 말이다. 그러나 거울을 보았을 때 갑자기 이백의 입에서 새어 나온 말, 동심(童心)과 노심(勞心)이 하나로 어울린 것 같은 과장 혹은 해학이라 할 것이다. 만년에 귀양에서 풀려난 이백이 추포(秋浦:안휘성 내)에 와서 거울을 보고 이미 늙어버린 자기 모습에 놀라서 지은 연작(連作) 중 한 수로 늙은이의 고독, 쓸쓸함, 서글픔 등을 그 특유의 해학적 표현으로 읊고 있다. 해학은 곧 쓸쓸함이기도 하다. 

추포의 북쪽에 당도현이라는 동네가 있다. 이백의 친척인 이양빙(李陽氷)이라는 사람이 이 고을의 현령으로 있어서, 만년에 이백은 이 사람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62세의 생애를 마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양빙은 이백의 시문집의 편자로서 알려진 사람이다. 

화려하여 천마가 하늘을 날 듯 한 대천재도 만년의 생활은 쓸쓸하고 고독했다. ‘추포음’은 그의 가장 늙어서의 작품으로 짐작된다. 

이 유명한 ‘백발의 길이가 삼천 길’이란 표현은 중국 문항의 과장적 표현으로 널리 인용되는 문구인데 요즘에는 과장된 것을 비웃는 말로 흔히 쓰이고 있다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 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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