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연명의료제도 대전 5곳 시행… 자치구中 유성보건소 유일
장시간 대기·이용불편·고령자 위주… 담당기관 업무·확대해야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의학적 회생 불능 상태에 빠졌을 경우를 대비해 생명연장 가부 의사를 사전에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담당 기관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다수 고령인 의향서 등록자들은 대전지역 내 해당업무 담당 기관이 부족해 불편을 겪는다고 토로하면서, 지역 내 다양한 기관에서도 해당 업무를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3일 대전시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 8월 유성구보건소가 5개 보건소 중 유일하게 의향서 작성 및 상담을 시작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회생 불가능 상태가 됐을 때 생명 연장 여부에 대해 사전에 밝히는 문서로, 환자 스스로의 결정을 존중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대전에서는 유성구보건소를 포함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성모병원, 대전웰다잉연구소, 충남대병원 등 5곳에서만 사전연명의료제도를 시행 중이다.

문제는 의향서 등록 과정에서 1시간여의 상담이 필수적인 탓에 장시간 대기는 물론 이들 의료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의료기관에서는 등록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이 같은 불편을 없애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부터 의향서 등록기관에 보건소를 포함시키도록 권장했지만, 현재 지역에서 업무를 시행하는 곳은 유성구보건소 한 곳뿐인 상황이다.

동구 가오동에 사는 A(76) 씨는 “보건소에서 의향서 작성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집 근처인 동구 보건소는 해당 사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의향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삼성동 보험공단까지 가야하는데, 몸이 불편해 아직도 방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행 3개월 만에 336명의 신청자가 모인 유성구보건소는 의향서 등록자의 90%가 60대 이상 노인인 점을 고려해, 관할 내 건강100세지원센터 5개소에서도 해당 업무를 확대 운영키로 결정했다.

반면 나머지 4개 자치구 보건소는 이와 관련한 담당자 지정 및 구체적 논의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복지부의 권장사항일 뿐 필수업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지역 내 공공 의료기관들도 사전연명의료제도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의향서 업무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상 임종 직전의 현장에서 생명 연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을 고려, 인간의 존엄성 및 환자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사전 의향서 업무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연 대전웰다잉연구소 대표는 “기존 인력들이 교육을 받으면 기존 업무와 겸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인력 고용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며 “어르신들이 나 자신과 가족 모두를 위한 삶의 마무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당 업무 담당기관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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