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맛 열풍이 슬픈 이유

▲ 아이클릭아트

☞‘한국인=매운맛’은 공식이다. 하지만, 사실상 우리가 아는 그 매운맛은 오래 안됐다. 참고로, 과거엔 간이 매우 강하거나 온도차가 심하면 천한 음식이었다. 김치에 고춧가루를 넣기 시작한 건 조선 중기(1614년)쯤이다. 이전엔 백김치를 주로 먹었다. 양념을 쓰더라도 파·마늘·생강을 썼다. 매운맛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조선시대, 산초나 호초(호추)를 쓰기도 했다. '매운맛 대표' 청양고추는 더 얼마 안 됐다. 청양고추는 1983년 '개발'된 것이다. 중앙종묘와 오뚜기의 합작품이다.

☞매운맛도 사실 틀린 표현이다. 매운 건 미각이 아닌 '통각'으로 느낀다. 고통이란 소리다. 우린 그 고통을 즐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매운 걸 찾는다. 고통을 고통으로 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하지만, 거기엔 일리가 있다. 매운 음식을 먹는다. 그럼 고통스럽다. 그래서 뇌에서 제어를 위해 엔도르핀을 내보낸다. 그럼 기분이 좋아진다. 반사작용이 만들어낸 즐거움이다. 어찌 됐건, 잡념을 잊기엔 최고다. 작은 힐링이다.

☞한국은 빨간 맛 열풍이다. 대표적으로 '마라'가 있다. 마라는 중국 사천 지방의 향신료다. 맵고 얼얼하다. 요즘엔 안 끼는 데가 없다. 마라 떡볶이·마라 족발·마라 치킨 등 별게 다 나온다. 오리지널 '마라탕'은 말할 것도 없다. 배달 앱만 봐도 느껴진다. 마라탕을 파는 식당이 넘쳐난다. 언제 생겼나 싶을 정도로 빼곡하다. 그런데 그 배경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매운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다. 이는 즉,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그리고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불경기엔 매운 음식이 불티난다는 통계가 있다. IMF 이후에도 그랬다. 매운 짬뽕·떡볶이·닭발 등이 인기였다.

☞어쩌면, 나라가 마라를 부른다. 모두가 화나있다. 국회는 맨날 싸운다. 마치, 싸움꾼들이 모인 것 같다. 막말하다 싸우고, 사과하라 싸운다. 경기는 어렵다. 대기업은 희망퇴직을 받는다. 비정규직은 넘쳐난다.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안 오른다. 사람들도 여유가 없다. 돈도 마음도 넉넉지 않다. 작은 일에 서로를 다치게 한다. 꼰대는 널렸다. 갑질도 여전하다. 자신이 힘드니 남을 괴롭힌다. 그래서 ‘마라 열풍’은 슬프다. 열불을 삭히려 열불을 먹는다. 매운 음식 없이도 괜찮은 내일이 됐으면 좋겠다. 다들 걱정하지 '마라'.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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