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이유로 도산하는 지역 기업들이 전국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내수부진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내년 확대 시행될 근로시간 단축 등이 지역 기업들의 자금사정을 악화시키면서 버티다 못한 기업들이 결국 백기를 들고 있다.

13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대전지방법원(대전·충남관할)에 접수된 법인 도산 신청건수는 49건으로 서울을 제외한 13개 지방법원 중 가장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수치적으로 봤을 때 매달 평균 5개의 지역기업들이 법원에 도산 신청을 내고 있는 것이다.

지역 기업들의 도산 행렬은 올해 뿐 아니라 2017년에는 46건, 지난해에는 55건으로 신청건수가 증가하고 3년 연속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대전·충남 보다 훨씬 많은 수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인천보다도 많다.

인건비 상승과 내수부진 등은 전국 공통 요소지만 이런 악재들이 지역기업들에겐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한다는 대목이다.

실제 반도체 제조에 들어가는 장비품목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지역 기업들은 최근 반도체 시장의 업황부진으로 경영 악화의 길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중국으로의 중간재 제품을 수출하는 업체들 역시 실적이 악화돼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가 조사한 올해 3분기 수출실적을 봐도 대전은 3분기 연속 수출 감소세를 기록했다.

충남 역시 집적회로 반도체와 평판디스플레이 수출액이 각각 16%와 13.9% 줄었고 중국으로의 수출액도 지난해에 비해 12.6%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당초에 세웠던 투자계획이나 판매계획 등이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도산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현재 발표된 실물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이 같은 지역 기업들의 내부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한국은행의 지난달 기업경기조사 자료를 보면 대전·충남 지역 기업들의 자금사정지수는 지난 5년 평균보다도 못 미치는 83을 기록했다.

설비투자실행 지수도 지난 5월부터 꾸준히 하락해 91을 나타내며, 기업들이 기존에 세운 투자 계획을 감축해 실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기업들은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권으로 발길을 돌려보지만 기업들의 경기불황으로 은행들의 기업대출 태도지수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론과 실무는 그 영역이 분명히 나눠져 있지만 정부의 급진적인 소득주도 성장이 지역 기업들을 도산으로 몰고 가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인상이나 주 52시간과 같은 정책부분들을 현실성에 맞춰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운 기자 energykim@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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