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숙진 청주시 강내면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농업을 모르는 사람들과 농업을 하는 일부 사람들은 왜 농업이 중요한지, 왜 농업을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내 생업이니까 하지!"라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보조금을 주지 않으면 농업은 어렵다'라는 생각을 하고 농업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이 현 실정이다.

농업은 생명산업이다. 왜 생명산업이라 하는가? 우리 주변의 공산품들은 공장에서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 내에 많은 물품을 생산할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농산물은 1년이란 세월을 물 주고 거름 주고 정성을 다해야 생산할 수 있다. 흉년이 들면 곡물 생산량이 크게 감소해 수입을 해야 하는데 돈이 있어도 상대가 배가 고픈 걸 알면 곡물 시장에서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는 것이 현실이다.

한 예로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박정희 대통령 시절 호남 작물시험장에서 노풍벼를 개발했다. 1978년 당시 1000㎡당 보통 벼는 450㎏이 생산됐는데 노풍이라는 품종은 1000㎡당 750㎏이 생산돼 보급됐으나 그해에 대흉작이 와 쌀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1978년 세계 곡물 시장에서 톤당 가격이 200달러였는데 공교롭게도 이웃나라 일본도 흉작으로 미국으로부터 곡물을 수입하는데 톤당 350달러에 1년 치를 수입했고 우리나라는 톤당 550달러에 2년 치를 수입했었다.

농업 기반이 무너진 나라 중 일부는 돈이 있어도 곡물을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식량이 곧 무기'라는 인식을 하고 농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농업에 대한 투자를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농업을 하는 것보다 이웃 나라에서 농작물을 수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인식이 아직 많은 실정이다. 이는 '농업이 보조금을 마구 쏟아붓는 돈 먹는 하마'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농업인들에게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보조금이 아니라 보상금이란 인식을 했으면 한다. 농업으로 인한 홍수 조절, 지하수 고갈 문제 해결, 토사 유출을 막아 국토를 지키고, 산소 공급 등 많은 공익 기능에 대한 보상금이라 인식하고 농업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어느 학자는 "농업을 무시하고도 중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지만 선진국에는 도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세계 선진국들은 농업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농업은 생명 산업이지 절대 돈 먹는 하마가 아니라고 사고(思考)를 바로잡아야 한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와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면서도 자동차, 철강, 전자 등 분야는 양보하지만 유독 농업 분야를 양보하지 않는 이유를 되새겨보며 농업이 왜 생명산업인지 새롭게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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