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감질. '바라는 정도에 아주 못 미쳐 애타는 마음'이란 뜻이다. "가뭄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데 내리는 비는 병아리 오줌이니 농민들은 감질나 죽을 지경이다.", "감질나게 마시는 물은 갈증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자어로 '疳疾'이다. 이 감질은 질환(疾患)이다. '감병(疳病)'이라고도 한다. 질환이 어찌해서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용어가 되었는가?

감질은 수유나 음식 조절을 잘못해 어린아이에게 걸리는 병이다. 감질에 걸리면 열굴 색이 누렇게 변하고 몸이 여윈다. 특히 소화 불량 등으로 배가 불러오면서 부글부글 끓는다. 이런 상황에 처한 아이를 상상해 보면 감질이란 뜻을 유추할 수 있다.

배가 고프지만 먹을 수 없다. 그러나 먹지 않으면 자칫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실컷 먹을 수 없고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씩 먹어야 한다. 그러니 성이 안 차 감질날 수밖에 없다.

'감질'과 '나다'가 결합해 '감질나다'라는 동사가 만들어졌다. 이 말은 19세기 문헌에서 처음 나타나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무엇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해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애를 태우는 모습이다. 경북지역에서는 '감질나다’ 대신 '헤글대다 또는 헤글거리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우리나라 정치가 마치 감질에 걸려 감질난 상황이 아닐까? 무엇 하나 똑 부러지게, 깔끔하게 하는 것이 없다. 늘 뜨뜻미지근한 형상이다. 보람차게 출발했지만 용두사미(龍頭蛇尾) 꼴이다.

특히 북한과의 관계가 그렇다. 경색 국면이 금방이라도 풀려 냉전과 반목이 사라질 듯했지만 여전히 제자리다. 북한에 질질 끌려가는 형국이다. 요즘 북한의 행동을 보면 더 악화되었다. 일본과 맞서는 정치도 마찬가지다. 강력하게 대들었지만 일본은 오히려 오기(惡棄)로 치부하고 있다. 모두 정권 유지를 위한 고도의 전략일까?

시민들은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에 물 한 바가지 뿌리는 식의 미봉책에 감질만 날 뿐이다. 이른바 '감질의 정치'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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