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 이해찬 정조준 공개질의
도의회 “반대목소리 총선이용”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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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세종시)의 청주 오창 방문을 하루 앞둔 12일 충북 도내 일각에서는 KTX 세종역 신설 주장에 대해 "충청권 상생발전을 깨는 일"이라며 압박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한면, 충북도와 충북도의회·민주당 충북도당 등은 반대 입장은 분명하지만 볼륨을 키우는 게 되레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나타내면서 결과적으로 양측이 '찰떡 공조'의 한 호흡을 보였다.

이날 KTX 세종역 저지·KTX 오송역 사수 특별대책위원회는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설론의 '원조 격인' 이해찬 대표와 세종시 이춘희 시장(민주당)을 싸잡아 정조준했다.

특위는 공개질의에서 "이해찬 대표는 집권여당 대표이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세종역 설치 여부는 충청권 시·도간 합의에 따르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대통령의 공언과 민주당 대표의 입장이 다른 점을 꼬집은 것이다.

특위는 "이춘희 시장은 세종시 건설 과정에서 충북도민들이 지원과 희생을 아끼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는 주문도 했다. 특위는 민주당과 세종시에 등기우편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질의서를 전했다.

이해찬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13일 민생투어 첫 일정으로 청주 오창을 찾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점을 겨냥한 공개질의로 해석된다. 민주당 '옥죄기용'이란 얘기다.

이런 가운데 대응 수위를 두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충북도의회 내 KTX오송역활성화 특별위원회 연철흠 위원장(민주당·청주9)은 충청투데이와 통화에서 "총리도, 국토부장관도 이미 신설하지 않겠다고 했다. 신설 불가로 끝난 일"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 위원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세종역 신설에 대해 과잉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손뼉을 마주칠 경우 오히려 신설 주장을 부풀려 주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KTX오송역활성화 특별위는 다음달 2일 충북도 집행부 업무보고를 통해 세종역 신설 추진과 관련해 동향을 파악할 계획이다. 최소한의 '경계모드'는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충북도 역시 지난달 31일 '톤 다운' 상태에서 신설 반대를 천명하면서 향후 추이를 일단 지켜보겠다고 했고, 민주당 충북도당도 공식 대응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셈법이 기저에 깔려 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신설불가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잘 봐야 한다"며 "섣부른 대응이 신설 공론화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당원과 보수층이 주축인 KTX 세종역 저지·KTX 오송역 사수 특별대책위 등의 반대 활동이 민주당 소속 이시종 지사의 입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풀이도 내놓는다. 충북도가 톤 다운 모드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층이 세종시 등을 겨냥해 적절한 '견제구'를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충북지역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레 적극적 반대와 원론적 반대, '투트랙'으로 나뉘어 실익이 담긴 대응수를 두고 있다는 게 골자다. 정부로부터 충청내륙고속화도로 건설(총사업비 7940억원, 내년도 정부안 1335억원 반영·국회증액 목표 655억원) 등 각종 대형 프로젝트와 관련해 사업비를 얻어야 하는 충북도가 민주당 지도부 등을 의식해 원론적 반대만을 표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수층의 적극적 반대 목소리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얘기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권 최고실세 이해찬 대표의 심기를 건드려서 하나를 얻고 열을 잃을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충북 여야의 속셈은 다르지만 묘하게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고 평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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