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지난 주말 저녁 오랜만에 외식하기 위해 아내와 먹고 싶은 메뉴와 식당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때 이야기를 듣던 중학교 1학년 큰아들과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가 "아빠, JMT 식당으로 가요!"했다. 나는 "거기가 어디니? 뭐 하는 식당이니?" 되묻자 아이들은 황당해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웃음을 쏟아냈다.

아이들은 당황해하는 내게 'JMT'란 '아주 맛있다'라는 표현의 신조어로, '존맛' 또는 '존맛탱'이라고 부르다가 이제는 이렇게 영어 약자로 많이 쓴다고 알려줬다. 이에 나는 표준어를 써야 한다고 잔소리를 했지만 아이들은 신조어이며, 학교에서 친구들 대부분이 쓰고 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나의 초·중·고등학교 시절인 1980~1990년대에도 '당근이지', '킹왕짱', '고고씽', '안습', '쩐다' 등과 같이 지금의 신조어에 견줄만한 유행어가 있었다. 그 당시 내가 이런 말들을 어른 앞에서 쓰면, 어른들은 똑같이 바른 말을 써야 한다며 지적을 하시곤 했다.

그날 외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곧바로 인터넷을 뒤적여 대표적인 신조어 몇 가지를 찾아보게 됐다. 요즘 직장에서 많이 쓰는 '아아·뜨아'('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뜨거운 아메리카노'), '뽀시래기'('부스러기'를 뜻하는 전라도 지방의 사투리로 요즘은 귀여움을 표현하는 말), 'TMI'('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로, 너무 많은 정보 혹은 알 필요까지 없는 정보를 줄 때 사용하는 단어), TMT('Too Much Talker'의 약자로 수다쟁이),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학습과 휴식의 균형을 나타내는 신조어),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말),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를 줄인 말로, 끼어들어도 되는 상황과 빠져야 할 상황을 잘 판단하라는 의견을 전할 때 사용하는 단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진다'를 줄인 말로, 갑자기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으로 분위기가 조용해지는 상황을 일컫는 신조어), '핵인싸'(아주 커다랗다는 뜻의 '핵'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의미하는 '인사이더'의 합성어로, 무리 속에서 아주 잘 지내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 등이 있었다.

이런 신조어는 직장에서 젊은 직원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줄곧 듣는 말이다. "오늘 회의 분위기가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했어요", "요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유행이에요", "런치투어족(점심시간에 식사하지 않고, 운동 등 개인적 볼 일을 보는 직장인)이 늘고 있어요".

이런 사회 현상들을 보면서 혹자는 변화를 따라 신조어 사전을 만들어야 한다, 신조어를 표준어 국어사전에 등록해야 한다는 말들을 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내가 어렸을 때 유행했던 신조어들이 지금은 쓰이지 않고, 다른 신조어들이 생겨난 것을 보면 이런 현상들은 스쳐 지나가는 유행일 뿐 우리말의 본질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얼마 전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 '말모이'의 극중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배우 윤계상)의 '말은 민족의 정신이고, 글은 민족의 생명'이란 대사를 되새기며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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