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 투자협약 체결 하나금융그룹과 본계약 협상
구단명·고용 승계 등 숙제 행정 리더십, 기회이자 위기

사진 =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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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대전시티즌과 하나금융그룹 간 투자협약 이후 본격화될 본계약에 지역사회의 눈이 쏠리고 있다.

전임 대전시장들이 연이어 고배를 마셨던 시티즌 투자 유치를 실체화시켜 ‘전인미답’의 결과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는 허태정 시장이 본계약을 통해 행정 리더십을 최종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5일 시티즌과 하나금융그룹 간 투자유치 협약체결 결과를 발표하고 본계약 과정에 돌입했다. 시는 구체적인 투자방식과 규모, 관련시설 사용조건 등 실무사항을 결정할 본계약을 연내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다.

본계약에 앞서 이번 시티즌 투자유치 성공에 따라 허 시장에 대한 평가는 우선 긍정적이다.

그동안 시티즌 투자유치 실패로 전임 시장들이 오점을 남긴 것과는 다른 모습임은 물론 민선7기 출범 이후 현안 사업 추진 간 줄곧 제기돼 온 행정력 논란을 잠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시티즌에 거액의 지원금을 투입해 온 것 대신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시가 체육인프라 확충과 생활체육 및 전문체육 육성 확대 등에 투입할 예산 비축이 가능하게 된 것 역시 고무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허 시장이 이번 과정 간 발휘한 행정력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향후 진행될 본계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지역사회의 중론이다.

본계약이 단순히 ‘구단 매각’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시민구단 등 시티즌의 정체성 및 전통성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허 시장은 이번 투자유치 발표와 함께 “시티즌의 정체성·전통성 계승과 지역 연고 유지를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의 시티즌에 하나금융그룹의 색깔만이 입혀질 경우 사실상 구단 매각인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이 같은 전조는 구단명을 놓고도 드러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시티즌의 기업 이미지 확대 차원에서 구단명 조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이에 대해 허 시장은 현재 구단명에 시티즌이 명시돼야 함을 하나금융그룹 측에 명확히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계약 간 주주 배당 문제도 허 시장이 해결해야 한다. 현재 상당수 포함된 시민 주주를 효과적으로 재배당하지 못할 경우 시민구단이라는 정체성을 잃게 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기존 선수와 사무국 직원들의 고용 승계나 연고지 이전 전면 금지 명시도 허 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하나금융그룹 측이 시티즌의 △1부 리그 승격 △1부 리그 상위권 확보 △글로벌 구단화 등 ‘3단계·10년 완성’ 마스터플랜을 내놓은 상황에서 기존 인프라에 대한 물갈이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허 시장이 본계약 과정에서 시티즌의 정체성 유지를 골자로 본계약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 관계자는 “허 시장이 이번 투자유치를 단순히 이익을 고려한 전략적 투자가 아닌 지역 사회 이익 환원 및 지역 스포츠 발전 기여 등 하나금융그룹의 사회공헌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과거부터 이어져 온 시티즌의 색깔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고 판단된다”며 “주도권을 잡아 시민구단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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