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의 한 야산에서 문중 시제(時祭)를 지내던 중 80대 남성이 종중원에게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이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불로 종중원 1명이 화상을 입어 숨졌고, 11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소방당국은 산불로 번진 화재를 진화하느라 애를 먹었다. 시제는 춘하추동(春夏秋冬)의 길일(吉日)이나 절일(節日)에 조상에게 행하는 제례로 이날 시제에 참석한 후손들이 뜻밖의 변을 당했다. 불을 붙인 이는 범행 직후 음독했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한다.

범행 동기는 경찰 수사결과 밝혀질 것이다. 경찰은 가해자의 의식이 회복되는 대로 방화와 살인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목격자는 "종중원들이 절을 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다가와 뒤에서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고 전했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일이라 미처 피할 틈이 없어 애꿎은 피해자가 많이 나왔다. 가해자와 종중원 사이에 무슨 원한관계가 있는지는 몰라도 이런 방식으로 분풀이를 하는 건 아니다.

고의로 불을 질러 인명을 해치는 방화사건이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50대 남자가 서울 종로구의 한 여관에 불을 질러 투숙객 6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사망자 중에는 방학을 맞아 지방에서 서울로 여행을 온 30대 엄마와 10대 두 딸이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방화범은 여관주인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유치고는 어이없고 경악스럽기 짝이 없다.

불특정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방화는 반사회적 범죄다. 그런 까닭에 형량도 무겁다. 현주건조물방화죄를 범했을 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방화로 사람이 사망하면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정도로 살인죄에 버금가는 무거운 형벌을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전체 화재 발생건수의 약 2%가 방화이다. 시민 누구나가 방화범의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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