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 시장 “협약 존중 … 불허입장은 변화없어”
전국 쓰레기 18% 청주서 소각
환경부 심사시 강력 대응할 것

▲ 6일 한범덕 청주시장이 시청 브리핑룸에서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김희도 기자 huido0216@cctoday.co.kr

[충청투데이 송휘헌 기자] 청주 오창 소각장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주에 전국 사업장폐기물 소각장의 18%가 집중돼 있고 미세먼지와 시민의 건강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이제 청주시장이 나섰다. 한범덕 시장은 6일 청주시청에서 ‘오창 후기리 소각장 관련 청주시 입장’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015년 3월 소각장 매립장 이전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은 존중하지만 신·증설을 불허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고 오창 후기리 소각장도 용량 축소와 관계없이 불허한다는 방침에는 예외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이러한 방침에도 소각장 논란이 수그러들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소각장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소각장 왜 이슈됐나

오창 소각장 논란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에스지청원(당시 이에스청원)은 지난 2015년 오창과학단지(당시 옥산면 남촌리 1110-5) 내 폐기물처리시설인 소각시설(170t/일)을 신설하려고 했다. 그러나 주민의 반대로 무산됐다. 청주시는 그해 3월 26일 이에스지청원과 오창지역 환경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에 비공개 조항이 있으나 ‘관내 타지역에 설치’, ‘청주시의 행정적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은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관내 타 지역이라는 것이 붙었지만 오창과학단지 내에서 후기리로 옮긴 것이 관내 타 지역인지에 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범덕 청주시장은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소각장 매립장 이전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의 존재를 시장으로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협약에 대한 논란은 불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시 소각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대비 소각시설 비중 시설용량이 전국의 18%를 차지한다. 소각시설은 전국 전체 68개소 중 청주에 6개소가 있다. 시설개소로만 보면 전국 대비 8.8%다. 그러나 시설용량은 전국 7970t/일, 청주 1448.9t/일로 전국 18%의 쓰레기가 청주에서 소각되고 있다.

또 이에스지청원 외에도 3개 업체(증설 1개소, 신규 2개소)가 소각장 신·증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 시설들이 허가를 받게 되면 청주에서 전국 26%의 쓰레기가 소각되게 된다.

그러나 청주 소각장 업체들의 쓰레기 중 80%는 타지역의 쓰레기이며 20% 미만이 청주의 쓰레기다. 청주에 쓰레기 소각장이 몰리는 이유는 수도권에서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소각장이 청주에 밀집되면서 주민들은 심각한 고통과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9월부터 폐기물 소각장이 밀집된 청주 북이면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 영향조사를 벌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이 주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는 2년 정도 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법규 허점 비웃는 업체들

한범덕 시장은 소각장 신·증설을 불허하겠다는 방침에 조금도 변함이 없고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는 소송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으로 비친다.

그러나 소각장을 신·증설하려는 업체들이 법규에 허점을 이용해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특히 이에스지청원의 소각장 허가 여부가 다른 업체에도 큰 파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폐기물처리업 허가 절차는 환경영향평가서 준비서, 초안, 본안의 제출순서를 거친 뒤 금강유역환경청(이하 금강청)의 동의를 얻으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도시계획시설결정 및 시설설치, 허가신청, 전문기관 설치검사, 사용개시 신고(운영)의 절차를 밟게 되어 있다.

이에스지청원의 경우 시작인 2015년에는 일반폐기물 소각장을 설치하려고 한다. 이에 번번이 무산이 되자 일반폐기물과 지정폐기물이 혼용된 형태로 우회한다. 일반폐기물만 있는 경우 폐기물처리업의 허가권자는 청주시이지만 지정폐기물의 경우 금강청이 허가권자가 된다.

시 관계자는 “일반폐기물과 지정폐기물을 혼합해서 허가를 받을때에는 시 환경 관련 부서에서 막을 방법이 없어진다”며 “법 개정을 통해 이런 방법을 막아야 하고 한번 허용되기 시작하면 다른 업체가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해 소각장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시장이 이야기한 행정력 중 대표적인 것은 절차 중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꼽을 수 있다. 도시계획시설 결정에서 불허할 경우 업체는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도 허점은 존재한다. 100t 이상의 소각장 시설이 아닌 경우에는 도시계획시설 결정의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실제 청주에 신규계획 중인 업체 3곳 중 2곳은 94.8t/일, 91.2t/일의 일반폐기물 소각시설을 계획하고 있어 도시계획결정을 빠져나가려는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

소송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청주시에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폐기물업체들은 대형로펌을 변호인으로 구성해 시와 소송을 한 이력이 있으며 승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각장 해법있나

이에스지청원이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을 지난달 31일 제출했다. 금강청은 오는 11일까지 검토할 예정이다. 검토 기간을 연장할 경우 늦어도 다음달 2일까지는 동의와 부동의 여부가 결정된다.

금강청 관계자는 “동의, 부동의 여부는 비공개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올때까지는 어떠한 이야기도 해 줄 수 없다”며 “소각장만으로는 평가하지 않고 청주의 전체적인 환경적 영향을 분석해 타당하지 않다면 부동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내놨다.

시는 금강청이 허가를 하면 사업계획서 제출과정에서 시의 의견을 피력할 것으로 밝혔다. 시 관계자는 “사업계획서 제출 단계부터는 시의 의견을 낼 수 있다. 이 경우 건강권, 환경권, 기본권 등의 논리로 부동의 의견을 금강청에 제출할 계획이다”면서 “재량권 행사를 어느 수준까지 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송의 경우에도 다른 지역에서 이와 같은 일로 승소한 판례가 있다”며 “판례 등을 꼼꼼히 검토하고 결과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변재일(더불어민주당·청주 청원) 국회의원이 금강청을 찾아가 후기리 소각장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촉구를 한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변 의원은 △환경영향예측은 최악의 조건을 적용해 고려해야 하는 점 △확장된 범위의 사계절 실측조사가 누락된 점 △문헌조사의 시기가 적절하지 않은 점 등 이번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들을 지적하며 금강청이 후기리 소각장 환경영향평가를 부동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는 2017년 ‘청주시 도시계획 조례’에서 ‘소각로 및 보일러 또는 이와 유사한 시설을 이용하는 시설의 개발행위허가’에 자연취약지구 직선거리 1㎞, 부지 경계의 반경 1㎞ 10호 이상의 가구가 있을 경우, 도로와 지방2급하천 1㎞, 관광지, 학교, 그밖에 공중이 수시로 집합하는 시설 또는 장소 1㎞ 등에 소각장 등의 개발행위허가를 제한해 사실상 신설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강력한 조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전에 허가를 받은 업체의 신설이나 증설에 대한 내용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환경법이나 도시계획법에서 소각장을 막지 않는 한 상위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 조례로 막기는 어렵다”며 “개발행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소각장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휘헌 기자 hhso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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