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를 낼 각오로 내는 휴직서

▲ 아이클릭아트 이미지

☞우린 맞벌이 부부다. 또 9개월 아들을 키우는 '초보' 부모다. 나는 아이를 낳고 4개월 만에 복귀를 했다. 그래서 우리가 출근하면, 시어머니가 봐주셨다. 그 덕에 평일엔 시댁에서 지냈다. 물론 걱정하는 지인도 많았다. 하지만, 시집살이라기엔 편했다. (눈치 보여서가 아니라)시부모님이 너무 잘해주셨다. 아기뿐만이 아니라 우리도 키워주셨달까(?). 가끔은 기생충이 된 기분도 느꼈다.

☞늘 죄송하고 감사했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다. 참고로, 난 출근이 더 쉬웠다. 아들에게 늘 "할머니 말씀 잘 들어"하고 인사했다. 그러나 알아들을 리 만무했다. 아들은 너무나 꾸러기였다. 분명, 지 아빠를 닮아서다. 난 어릴때 '순덕이'였다. 게다가 아들은 또래보다 크다. 키·몸무게가 2개월 앞선다. 성장만큼 말썽도 남달랐다. 다 부시고 다녔다. 낮잠도 잘 안 잤다. 그래서 더 죄송했다. 물론, 월급을 표방한 용돈은 드렸다. 하지만 육아 고통에 비하면 너무 적은 액수였다. 그러다 시댁서 하산하게 됐다. 남편의 선언 때문이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내겠다고 했다. 말릴 이유는 없었다. 놀랍지도 않았다. 오히려 놀랄 '남편의 회사'가 걱정이었다. 여긴 서울이 아니고 지방이다. 게다가 공기업·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다. 게다가 남편은 나와 같은 기자가 아니던가. 지역 언론사들은 대개 보수적이다. 그래서 더 걱정됐다. 잠시가 아닌 '진짜 백수'가 될까 봐서다. 그렇다. 그만큼 남성 육아휴직은 '비현실적'이다. 사직서를 낼 각오하고, 휴직서를 내야 한다. 제도가 있어도 제약이 많다. 육아휴직을 내는 남자는 '용자'란다. 이상하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남편의 회사는 따뜻했다. 공백을 걱정했지만, 보내줬다. 물론 그에 맞게 인력 충원도 했다. 당연한 거지만 감사했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세상인지라 감사했다. 남편은 그 회사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자가 됐다. 4개월간이다. 차마 1년까지 쓰진 않았다. 육아 대디의 첫발은 '이유식 만들기'였다. 오랜 시간, 정성을 들였다. 아들은 사 온걸 더 좋아하는 거 같지만 말이다. 어느새, 남편은 잘 적응하고 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도 간다. 문화센터도 다닐 거란다. 얼마 전에 한 파마도 육아와 찰떡이다. 생각해보면, 참 좋은 시간이다. 아이와 아빠가 이렇게 가까울 시간이 또 올까 싶다. 기억하든 안 하든 추억이 된다. 더불어 반성의 시간이다. 주말에 독박 육아했던 내게도 (아마)미안할 것이다. 남편의 육아일기가 의미 있게 채워지길 바란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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