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규 단양국유림관리소장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가을을 즐기기 위해 단풍 명소로 알려진 산은 행락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시기이다. 이때가 되면 산림청 공무원들은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을철 산불조심기간(11월 1일∼12월 15일)을 맞아 비상근무에 돌입한다.

이런 이유로 산림청 공무원이 된 후 단풍 구경은 그저 남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날씨가 건조해서 산불위기경보가 상향 발령되기라도 하면 주말에도 기동단속을 다니고 간혹 있는 휴일에도 늘 출동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기에 멀리 있는 친척의 애·경사 참석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시기 전화 벨소리나, 119 산불신고 문자라도 오면 벌써 마음의 평안이 깨지고 전화를 받거나 문자를 확인하는 그 짧은 시간에도 머릿속엔 벌써 걱정이 한가득이다. 이는 나뿐 만이 아니라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산림부서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숙명과 같은 것이다.

이런 산불 담당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크고 작은 부주의 등으로 인해 귀중한 산림이 산불로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432건의 산불이 발생해 매년 670㏊의 소중한 산림이 사라져 갔다. 이렇게 소중한 산림을 산불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진화인력이 확충과 국민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초기 산불진화를 위한 장비와 진화인력의 보강이 반드시 필요하다. 산불은 초기대응이 진화의 성패를 가른다. 건조한 시기에 바람까지 강하게 분다면 인력만으로 진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산림청은 산불이 발생하면 진화헬기 47대가 전국 30분 이내 현장에 도착해 산불 머리를 진화하면 국유림관리소(27개)의 지상진화인력이 잔불을 정리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진화헬기로 물을 투하해 큰 불을 잡더라도 산불을 완전히 진화하는 것은 지상 인력의 몫이다. 진화차량과 펌프를 이용해 물을 산 위까지 끌어올려 진화하는 기계화 진화시스템을 이용해 진화대가 산속 구석구석을 누비며 혹시 살아있을 불씨를 찾아 두꺼운 낙엽층을 일일이 뒤집어가며 잔불을 모두 잡아야만 진화가 완료되는 것이다.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에 위치한 국유림 4만㏊를 관리하는 우리 관리소의 경우 기계화 진화시스템을 운용하는 특수진화대는 15명에 불과하다. 아울러 산불현장 지휘 인력의 확충도 필수적이다. 실제 산불현장에는 다양한 위험요소들이 있어 경험이 없고 산불현장이 생소한 정부의 재정일자리사업 참여자들로 이루어진 진화대 만을 투입하는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막상 산불이 발생하면 진화대를 이끌고 산속으로 들어갈 직원이 없어 임신 중인 여성 공무원까지도 투입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또한 진화작전을 세우고 지휘하며, 상황 유지 및 기관 간 원활한 협조를 위해 현장에 설치하는 지휘본부 운영 인력도 부족해 원활한 지휘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언론에 전달돼 혼란을 주기도 한다. 관계당국의 관심으로 진화장비와 인력이 확충되어 산불로 인한 산림 소실과 국민들의 인명, 재산 피해가 확연히 줄어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산불의 주요한 발생 원인 중 36%가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사람들의 부주의로 발생한다.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소각 산불도 31%나 차지하는 등 대부분의 산불이 인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산불의 위험성을 모두가 공감하고 성숙한 산림이용문화와 관심이 더해진다면 산불 피해를 확연히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작은 실천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산에 갈 때 라이터나 버너 두고 가기, 산과 가까운 곳에서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등을 태우지 않기, 담배 불 버리지 않기 등 우리가 작은 관심만 가져도 지킬 수 있는 일들이다.

화마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산림을 지켜내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우리 후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국민 모두의 동참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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