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주먹구구식 운영 드러나
평가 실효성 높일 근거마련 시급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소상공인 보호와 지역상생 여부 기준을 삼기 위해 도입된 ‘지역기여도 평가’가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실시되며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특히 유통업체들의 입맛대로 산출한 지역기여도 수치임에도 대전시가 ‘우수인증기업’으로 현판을 제작해주는 등 보여주기 식 행정이란 지적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시가 정한 가이드라인 달성을 위해 제각각 해석한 자료를 제출해도 시는 이를 4년간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 업체에만 의존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기여도 척도를 삼은 것이다.

신뢰성 없는 수치들이 나열됐지만 시는 지역기여도 평가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2017년 6개의 가이드라인을 상향 조정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대규모 점포들은 세부 기준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각종 가이드라인을 최소 기준에 맞춰 시에 자료를 제출했다.

이후 시는 유통업체들의 제출한 지역기여도 수치를 사용하면서 “개선이 매년마다 됐다”, “목표치를 달성했다”는 등의 발표까지 했다.

심지어 시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홈플러스 문화점에 표창을 수여하고 좋은 기업 이미지를 시민에게 알릴 수 있도록 ‘우수기업 인증 동판’을 제작해 전달하기도 했다.

지역기여도에서 지표 중 가장 중요시되는 ‘지역상품 구매율’에서 지역 내 홈플러스 7개의 점포의 구매율이 모두 10.3%로 동일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선정된 것이다.

일부 대형 유통업체는 대규모 점포 지역기여도 평가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조, 홍보에 사용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태는 지역기여도 평가에 있어 제도적 장치가 없고 단순 권고사항에만 그치는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수년간 대전지역에선 지역기여도 평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지만 조례제정 등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정부차원에서도 ‘제5차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을 통해 대규모 점포의 지역발전 기여 평가제를 법제화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지역기여도 평가가 ‘깜깜이 평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대규모 점포들이 지역기여도 추진실적 산출을 위해 제출한 전자세금 계산서 세입 목록과 영수증 사본 등 증빙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지역기여도 평가가 신뢰성을 얻기 위해선 외부의 전문가나 평가기관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들이 제출한 자료를 검증하는 장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에대해 일부 대규모 점포들은 잘못이 없다고 항변했다. 시에서 진행하는 검증 절차도 없을뿐더러 시에서 제시한 기준에 맞춰 제출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지역기여도를 높여 달라는 시의 압박에 못 이겨 기준을 확대 해석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대형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은 매년 발표되는 지역기여도 실적 압박 때문에 기준을 스스로 확대 해석한 부분이 있다”며 “시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놓긴 했지만 유통 협의체 등 만남의 자리에서 이렇다할 기준을 정확하게 잡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매번 지출해 왔던 방식으로 자료를 산출했다”고 말했다. 이정훈·이심건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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