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석 전 감독 해임 후 팬들에 한마디 설명 없어…최소한 예의도 무시
이장석 전 대표 '색깔 지우기' 해석 나와…감독을 희생양 삼는 '구태' 반복

▲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의 충격파가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키움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손혁 신임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계약 기간 2년, 총액 6억원에 감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보도자료 어디에도 팀을 한국시리즈(KS)로 이끈 장정석 전 감독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감독은 해고되기 위해 고용된다'는 메이저리그 격언이 있듯 갑과 을의 계약관계에서 구단의 입맛에 맞지 않은 감독이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짐을 싸는 감독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물러나는 감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다.

장 감독은 2016년 말 부임 후 꾸준하게 팀을 발전시켰다.

2017년 7위에 그쳤지만 2018년 4위, 올해에는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승인 86승을 거두며 3위로 정규리그 순위를 끌어올렸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LG 트윈스, SK 와이번스를 연파하며 팀을 5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려놨다.

재능 있는 젊은 유망주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주면서 가장 역동적인 팀으로 만들었다.

특히 포스트스시즌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파격적인 불펜 운용으로 KBO 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키움이 장 감독과 재계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키움 구단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장 감독과 결별했다.

감독 재계약 포기 이유와 새 감독 선임 이유를 솔직하고 투명하게 밝히는 것은 장 감독은 물론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다.

하지만 키움 구단은 장 감독의 뒤통수를 때려가면서 새 감독을 앉혔고, 팬들에게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과거 KBO 리그는 모기업 최고위층 인사의 한마디에 감독이 '파리 목숨'처럼 잘리고, 인맥을 통해 낙하산을 타고 새 감독이 내려오곤 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어떤 구단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프로야구는 팬들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KBO 리그에서 가장 혁신적인 구단이라는 키움이 구태를 반복했다.

키움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직후부터 새 감독 선임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장 감독과의 재계약은 아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계에서는 키움 구단이 이장석 전 대표의 '색깔 지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키움은 최근 이 전 대표의 '옥중 경영' 의혹이 불거지면서 박준상 대표가 사임하고, 임은주 부사장이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구단이 하송 신임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 전 대표 시절의 운영팀장이었다가 지휘봉을 잡게 된 장정석 감독도 칼바람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구단 수뇌부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당연할 것 같았던 장 감독의 재계약 불발로 키움 구단은 혼돈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구단의 전면에 나서게 된 하송 대표이사와 그 뒤에 있는 허민 이사회 의장까지, 키움 구단은 감투만 쓴 사람들이 회사를 운영하는 꼴이 됐다.

구단 내부의 동요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현재 키움 구단의 코치진은 물론 프런트 직원 대부분은 이 전 대표 시절부터 키움 구단에 있었다.

장 감독과의 돌연한 결별처럼 언제 화살이 날아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위태로운 동거가 시작됐다.

changyong@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