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철 충남도의회 교육위원장

[충청투데이] "국민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입니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약속한 발언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3일 뒤인 10월 25일 교육 관계 장관들과 청와대 회동에서 수시는 학생들의 개인적인 역량과 공부에 대한 열정보다는 부모, 기족 등의 배경과 사회적 위치, 출신 고교 같은 외부적 요인이 대학 입시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 과정마저 불투명해 국민들은 수시를 깜깜이 전형으로 부르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느 누구나 개인적인 노력에 따라 평등하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정시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정말 학생부종합전형이 현재의 대학입시 제도를 불평등하게 만들고 있는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수시 보다 더 공정할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이유 하나만으로 또다시 정시 비율을 대폭 확대해 교실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문제 풀이 공간으로 바꾸어 놓아도 좋다는 것인지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대학입시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라는 취지에는 우리 모두 동의하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에는 의견이 제각각 나누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입시제도 개선안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는 것은 '학교 교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고교 교육이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을 보내는 수단이 아니고 무한한 국가경쟁 시대에 역량 있는 인재를 키우는 곳임을 명심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 증대로 학교는 어느 때보다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으로 활기를 찾고 있고 교실수업도 학생 활동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쉽게도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지워버리는 불공정한 편법들이 파고들어 우리 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으나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학종에서 불공정한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서 개선하고 편법으로 대학을 가고자 하는 길을 차단하면 되는 것이다. 매번 바뀌는 교육정책에 묵묵히 학교현장에서 진학지도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의 한숨 소리가 더욱 깊어지지 않길 바란다.

이참에 대한민국 교육현장의 의식도 변화해야 마땅하다. 학생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과정에 최선을 다하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소위 명문 대학에 입학시키겠다는 비교육적 요소와는 확실하게 거리를 두어야 한다. 교육활동을 제대로 평가하고 학생의 성장 과정을 제대로 기록하는 것이 교권을 바로 세우는 길이기도 하다. 교육계의 합의로 개정될 대입제도 개선안은 부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현장 적용 완성과 고교학점제 시행 등 교육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방향과 거꾸로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충남도 교육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학부모님들과 자녀들의 진로 및 입시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그들의 바람은 우리 충남교육이 어떻게 하면 자녀를 대학에 잘 보낼 수 있는가가 아니라 자녀가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며 고교 과정을 알차게 보내도록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학생 스스로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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