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 ETRI 공공국민생활표준연구실 책임연구원

‘공학도는 국민의 편의를 위해 돈이 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필자가 연구원에 들어오기 전 교수님으로부터 받은 공학도의 역할이었다. 어릴 때 TV에서 봤던 만화영화에서 흰 가운을 입고 멋진 로봇을 만들거나 시험관이 줄지어 선 실험실에서 현미경이나 천체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멋진 과학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머리에서 연구원이나 과학자라는 말을 버리고 공학하는 사람, ‘엔지니어’라는 말을 장착해야 했다.

돈이 되지 않으면 개발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경제 논리를 따르기 싫다면 순수 과학을 했어야만 했다. 원하는 바가 아니었더라도 그 당시 필자로서는 발을 내디뎠으니 본전 생각이 나서 그만둘 수는 없고 그 속에서 가치를 찾아야만 했다. 엔지니어로서의 삶을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3~4년 공부하고 열심히 개발해서 시연도 성공했지만 상품화가 되지 않고 끝나버리는 일들이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그것은 새로운 기술을 계속하게 되니 같은 일을 지겹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20년 엔지니어 생활에 처음에는 프로토콜 프로그래밍에서 시작해 지금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웹 프로그래밍까지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가끔은 개발한 결과물로 실증을 하거나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게 되면 케이블도 만들고 납땜도 하는데, 이런 활동은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일을 할 수도 있어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가끔은 엔지니어의 삶이 도구로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기획된 과제를 성공시키기 위해 개발에 참여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달을 고민하고도 못 풀면 어떡하나 하는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힘들 때 결국 길을 보여주는 것은 거창한 엔지니어의 삶이 아니라 소박한 내 인생의 목표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족과 행복하고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건강하게 살고 싶은 목표!

최근 필자가 깊은 후회를 한 적이 있는데, 바로 두 아이가 태어났을 때, 바로 육아 휴직을 하지 않은 것이다. 아이들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한 돌이 되기까지임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내가 휴직을 하면 남아 있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고만 생각하고, 내 아이가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을 미처 못한 것이다.

건강한 아이로 성장시키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이루게 하는 만큼 국민 모두가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은 책임이자 의무라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의미 있는 일임을 이제서야 깨우친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 엄마이니만큼 육아기에 있는 여성 엔지니어들이 마음 놓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기관과 국가에서는 대체 엔지니어 육성도 필요해 보인다.

엔지니어로서 필자는 1년 전부터 재택근무를 위한 기술 기획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즉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화상회의와 디지털 트윈, 스마트워크 프레임워크 등 근무 환경 구축 기술과 프로젝트 매니저, 포트폴리오 관리자 등 제도적 부분도 함께 고민 중이다. 예전에는 외국에서 새로운 기술이 표준화 되거나 상품화가 되면 그 기술을 따라 개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 최근 국가에서는 역할을 만들고 국민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우는데 필자가 생각하는 재택근무가 현실화되어 건강한 사회 건설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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