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중 충남도 소방본부장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 차가운 바람이 낙엽을 흩날리기 시작하면서 어느덧 겨울의 길목인 11월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의 우리 소방관들은 국민들이 애써 준비한 따뜻한 연말연시를 위해 특별한 활동을 시작한다. 바로 더욱 큰소리로 ‘불조심’을 외치며 11월이 ‘불조심 강조의 달’ 임을 널리 알리는 일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불조심’은 사시사철 명심해야 하는 것일 텐데, 하필 시기적으로 11월이 불조심 강조의 달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생각해 보면 건조한 겨울날씨에 화재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니 11월로 지정된 것이 아닌가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화재는 꽃피는 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2016년부터 3년 동안 충남도 평균 화재발생 건수를 계절별로 살펴보면 봄철 화재 903건, 여름철 화재 597건, 가을철 화재 497건, 겨울철 화재 737건으로 봄철에 화재가 월등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불조심 강조의 달이 11월로 지정된 것일까? 이유는 바로 화재 위험성이 가장 높은 계절을 맞이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여름내 몰아쳤던 비바람을 보내준 뒤 낮아진 화재 경각심이 종종 부주의한 행동들을 불러 화재로 이어지기도 하며, 한해 동안 집 한 켠에 묵혀 둔 전열기구, 화목보일러와 같은 난방용품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관리 소홀, 고장 등에 의한 화재발생률이 증가하게 된다.

또 공장, 축사 등 대규모 시설의 관리를 위해 보온기구와 보온재를 다량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 질 수 있다.

이처럼 11월에는 화재발생 위험성이 가장 높은 시기이기도 하지만, 1년 중 화재피해액이 가장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지난해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액은 봄철 약 56억원, 여름철 약 68억원, 가을철 약 43억원, 겨울철 약 89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을철보다 겨울철의 화재피해액이 약 2배 이상 늘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재 건수가 많은 봄철과 비교해도 피해액 차이는 약 33억원으로 겨울철에 훨씬 높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겨울철 화재는 대부분 공장, 축사 등 대규모 산업시설에서의 화재가 많아 피해액이 증가하는 반면, 봄철에는 대부분 건조한 날씨에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와 맞물려 비교적 피해액이 적은 들불·산불화재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1월이 되면 소방관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고 화재 위험성이 높은 곳을 찾아다니며 화재예방 분위기를 조성하는 활동을 펼친다. 홍보물 배부는 기본이고 시내 중심가에서는 소방차가 줄지어 이동하면서 주민의 주의를 집중시켜 홍보하기도 하고 아침저녁으로 마을 방송을 실시하기도 한다. 우리의 든든한 조력자인 지역 의용소방대원들 역시 담당 마을의 집집을 방문하면서 화재예방을 당부하는 바쁜 시기를 보낸다.

어떤 일이든 한쪽의 노력만으론 이뤄지기 어려운 법. 우리의 이러한 활동의 노력을 통해 국민들이 ‘불조심 강조의 달’에 대한 의미를 한 번 더 떠올리고, 한 번 더 조심해 주신다면 우리의 노력이 비로소 가치가 있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안전하고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임을 명심하고 올해도 소방의 메시지가 곳곳에 빠짐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11월이 떠나가라 ‘불조심’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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