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용 테이프·끈 남용 지적
11월 철수계획…소비자 반발
"남은 박스 퇴출은 탁상행정"
내년 시행키로…고객감소 우려

2일 오후 대전 서구 한 대형마트에는 '2020년 1월 1일부터 자율포장대 운영 중단에 따라 포장용 박스·테이프·끈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사진=이심건
2일 오후 대전 서구 한 대형마트에는 '2020년 1월 1일부터 자율포장대 운영 중단에 따라 포장용 박스·테이프·끈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사진=이심건

3일 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농협하나로유통 등 대형마트는 지난 1일부터 자율포장대와 빈 박스를 매장에서 철수할 계획이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대형마트 4사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맺고, 2~3개월간 준비 작업을 거친 뒤 대형마트에서 자율포장대와 종이박스를 없애기로 했다. 그간 대형마트들은 소비자 편의를 위해 무상으로 빈 박스를 제공해 왔다. 자율포장대는 종이박스와 비닐끈 등을 비치해 놓고 소비자들이 자율적으로 포장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다. 대량 구매 소비자들이 주차장까지 구매품을 옮기기 위해 장바구니 대용으로 자주 이용했다.

대형마트가 종이박스 퇴출 결정을 내린 건 자율포장대에서 빈 박스를 이용하면서 포장용 테이프, 끈 등 플라스틱 폐기물이 과도하게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에서만 연간 658t의 포장용 테이프·끈 쓰레기가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대신 종이상자를 대체할 수 있게 대여용 장바구니를 용도별로 새롭게 개발하거나, 종량제 봉투나 종이상자를 유상으로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남은 박스를 아예 못쓰게 하는 것은 탁상공론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대형마트를 찾는 대량 구매 고객들은 대부분 3~4인 가족이 1~2주에 걸쳐 먹을 식료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장바구니만으로는 주차장까지 물품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종이상자를 이용하면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것도 장바구니로는 2~3번 옮겨야 한다. 실제 2일 오후 대전 서구 한 대형마트에는 '2020년 1월 1일부터 자율포장대 운영 중단에 따라 포장용 박스·테이프·끈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주부 박모(43) 씨는 "대형마트에서 활용도가 높은 종이박스를 사용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의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자율포장대에 비치된 종이박스는 재활용도 되고 고객 입장에서도 편한데 굳이 없애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박스 재활용 금지 정책에 대형마트에 방문하는 고객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주부 최모(35) 씨는 "마트에서 장을 보는 횟수를 줄이거나 인터넷 주문을 늘릴 것 같다"며 "온라인 쇼핑에도 과대포장이 많고 배달음식을 시킬 때 일회용품이 많은데 이런 부분이나 똑바로 단속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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