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蘇代)가 순우곤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유세했다.

“어떤 사람이 백락을 만나 말했습니다. 제게 준마가 한 필 있는데 이를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지만 사흘이 지나도 아무도 거들떠보지를 않습니다. 사례는 충분히 하겠으니 제 말을 한번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백락이 가서 그 말의 주위를 돌면서 살피고, 가면서도 되돌아보자 하루아침에 말 값이 열 배로 치솟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전국책(戰國策) 연책(燕策)에 나온다. 비슷한 이야기를 춘추후어(春秋後語)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백락이 한번 돌아보자 말 값이 뛰어올랐다.(백락일고이마가증-伯樂一顧而馬價增)’

이런 이야기들에서 ‘백락일고’가 나왔으며 저명인사가 가치를 알아봄으로써 그 위상이 갑자기 높아지거나 귀빈이 왕림하여 영광스럽게 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인 ‘일고지영(一顧之榮)’도 나왔다.

백락은 주(周)나라 사람으로 본명은 손양(孫陽)이다. ‘백락’이란 전설에 나오는 천마(天馬)를 주관하는 신선인데, 손양이 말에 대해 정통했으므로 사람들이 그를 백락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당(唐)나라 때의 문인 한유(韓愈)는 세상 사람들이 사람 보는 눈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잡설(雜說)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한탄했다.

“세상에 백락이 있은 후에 천리마가 있으니,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백락은 항상 있는 게 아니구나. 그러므로 비록 명마가 있으나 다만 노예의 손에서 욕을 보다가 마구간에서 보통 말들과 함께 죽어가 천리마라 칭함을 받지 못한다. 말 중의 천리마는 한 번에 조(곡식)를 한 섬을 먹는다. 하지만 말을 먹이는 자가 그것이 천 리의 능력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먹인다. 이 말이 비록 천 리의 능력이 있지만 배불리 먹지 못하여 힘이 부족하고 재능과 아름다움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또한 보통 말들과라도 동등해지기를 바라나 이루지를 못하니, 어찌 천 리의 능력을 구할 수 있겠는가.”

채찍질을 하되 그 도로써 하지 아니하고, 먹이되 그 먹는 양을 다하여 먹이지 않고, 울어도 그 뜻을 알지 못하고 채찍을 잡고 그 앞에 서 말하기를 천하에 말이 없다고 말만 하는 어리석음이 우리 주위에도 많다고 본다.<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 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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