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맑고 파란 가을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어릴 적 부르던 노래가 절로 나온다. 청아한 하늘은 한없이 예쁘고 둥실 떠 있는 뭉게구름은 더없이 포근해 보인다.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줄 수 있는 목화솜처럼 포근함이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공연이 있는 날의 청주예술의전당 모습을 그려본다. 공연을 기다리며 삼삼오오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혼자 앉아 스마트폰 검색을 하는 모습이 구름이 흘러가듯 지나간다. 내 집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으로 대접해야 할까 곰곰 생각에 잠긴다.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런 능력의 소유자도 못되니 안타까울 뿐이다. 사람들의 마음도 파란 가을 하늘처럼 하얀 구름처럼 맑게 훤히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음악을 좋아하며 공연장을 자주 찾는 사람들의 마음은 넉넉하고 여유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끔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처럼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낼 때도 있지만 대개는 우아함을 잃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질서 있게 줄을 서서 매표하고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우며 공연 예절을 지키는 모습은 청렴의 첫 단추라는 생각이다.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청렴의 꽃도 피어납니다'라는 문구를 청주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 올렸다. 청주예술의전당 시설을 이용하는 모든 시민이 청렴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뜻을 담았다. 그보다 더 큰 의미는 시민을 대하는 직원 모두가 청렴을 실천하자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시설을 대관하는 일부터 공연 입장권을 매표하는 일 등 작은 것부터 투명하게 실천하자는 마음이다.

가끔 '청렴이 뭐지?'라고 나 스스로 묻는다. 사전적으로 청렴은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며 재물 따위를 탐하는 마음이 없다'라고 쓰여 있다.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다'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가을 하늘처럼 맑고 투명한 파란 하늘일까? 그 위에 떠 있는 새하얀 뭉게구름일까?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입장하기 전에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자 애쓰는 마음도 청렴을 실천하는 마음이 아닐까? 어쩌면 그건 억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민을 위하는 바른 마음이 청렴의 근본이 아닐까. 나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궁리하면 해결의 실마리는 생길 것이다.

지난 10월 18일 기획공연을 하며 부서 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연출해봤다.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입장 전에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을 수 있게 오송 도서관과 협업해 이동도서관을 운영했다. 일찌감치 공연장을 찾은 분들이 한 분, 한 분책을 대출해 앉아서 읽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단풍이 물들어가는 모습보다 더 내 마음을 물들였다. 입장하기 전에 읽던 책을 반납하고 들어가는 모습은 청렴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시민의 모습이었다. 서로 협업해 시민들을 위한 자세가 청백리를 실천하는 우리 공직자의 마음이 아닐까.

공연장에서 읽고 싶은 책을 보며 공연을 기다리는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파란 하늘의 청아함이 내 마음도 맑게 하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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