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8집 '직진'…"엄청난 인기 아니어도…록은 청바지 같은 것"

▲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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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레인 "고단한 세계에 음악으로 한방…지금은 직진할 때"

정규 8집 '직진'…"엄청난 인기 아니어도…록은 청바지 같은 것"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피가 끓는 저희 정서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저희가 '고단한 인간세계'에 왔잖아요. 음악으로 '한 방' 먹이러. 우리의 주제가가 될 수 있다고 느꼈죠."(드러머 황현성)

1990년대 홍대 인디신에서 출발해 청춘의 원초적 분노를 대변한 1세대 펑크록 밴드 노브레인. 그들이 조금은 특이한 차림새로 돌아왔다.

이들이 만화 캐릭터 '파워레인저'를 연상시키는 쫄쫄이 의상을 입고 열창하는 모습이 최근 음악방송 전파를 타 이목을 끌었다. 밴드가 3년 만에 선보인 정규 8집의 선공개곡 '노브레인져'다.

'노브레인져'는 밴드가 덜 유명한 시절 행사 현수막에 잘못 적힌 이름이었다고 한다. 멤버들이 사석에서 농담처럼 부르던 이름은 로봇 애니메이션 주제가로 제작됐다 거절당한 곡을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멤버들은 "웃기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방송에 너무 멋있게 나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자신을 히어로에 빗댄 자신감에선 오래도록 한국 '토종 펑크'를 지킨 밴드의 단단한 역사가 배어난다.

1일 발매된 정규 8집 '직진'은 그런 24년 차 밴드의 '현재'를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 아홉 트랙에 녹여냈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16년 정규 7집 '브레인리스'(Brainless) 발매 이후 비교적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두웠던 7집보다 개별 곡 색채가 뚜렷하다. 드러머 황현성은 처음으로 직접 믹싱을 맡기도 했다.

베이시스트 정우용은 "시간을 여유롭게 갖고 곡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다 보니 곡마다 개성이 뚜렷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컬 이성우는 직진이라는 타이틀이 "저희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나이가 들고 오랫동안 밴드를 하다 보니 이것저것 신경도 많이 쓰고, 지레짐작하면서 좀 겁을 먹었던 때도 있었어요. 지금은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 갈 때인 것 같아요."(이성우)

앨범 타이틀을 가장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건 타이틀곡 '같이 가보자'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가사가 신나는 멜로디를 타고 직선적으로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같이 가보자/ 쫄리지 말고/ 같이 가보자/ 이것저것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같이 가보자' 중)

멤버들은 노브레인이 출발한 1990년대 홍대의 전설적 클럽 '드럭' 시절을 재현하며 이 노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조그만 클럽에서 부대끼며 자연스럽게 노는 모습을 화면에 담으면서 옛날 기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변화도 시도했다. 또 다른 타이틀이자 마지막 트랙 '죽어버릴 만큼'은 노브레인 곡으로선 처음으로 드럼 비트가 나오지 않는 발라드로, 곡 전반에 피아노 선율이 두드러진다.

기타리스트 정민준은 "노브레인 노래 중에 순간순간이 가장 '꽉 차게' 느껴지는 노래"라고 소개했다.

20년 이상 한국에서 펑크 음악을 하다 보니 일부 멤버는 어느덧 40대가 됐다. 이들에게 '40대로서' 하고 싶은 펑크 음악을 물었다.

"늙으면 늙은 대로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를 내뿜으면서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계속 '로큰롤' 하면서. 나이 핑계를 대면서 록 음악을 못 듣겠다는 이야기도 하던데 저는 그런 걸 깨부수고 싶어요."(이성우)

"주름이 생길수록 더 빛이 나는 게 록 음악의 특권인 것 같아요. 나이 들수록 더 재밌어지는, 새로운 맛이 있죠."(정민준)

노브레인은 홍대 인디 음악신이 청춘 문화로 각광받던 시절부터 활동했다. 지금 한국 록 음악을 둘러싼 상황은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

이성우는 "예전보다 반응이 없다고 해서 다들 기죽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다"며 "다양한 곳에서 자기 이야기를 표현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표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이 문득 떠올린 비유는 명쾌했다.

"패션으로 따지면 록은 옷 옆에 달린 체인 같아요. 트렌드가 바뀌고 옷은 바뀌어도 체인은 달려 있잖아요."(정민준)

"청바지 같은 것?"(황현성)

"응, 엄청난 인기로 정점을 찍지 않아도 절대 버려지지는 않는 존재인 것 같아."(정민준)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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