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 충남 금산문화원장

무언가를 지킨다는 것은 지켜야 할 그 무엇의 무게를 알고 희생과 책임을 질 자세를 가져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그런 지킴이를 ‘술래’라 부른다. 술래는 술래잡기나 강강술래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술래잡기에서 술래는 누군가를 찾기도 하지만 특정한 어떤 장소를 지켜야 하는 의무를 가진 자를 말한다.

우리에게는 나를 지키는, 우리를 지키는, 나라를 지키는 수많은 술래가 있고 있었다. 금산은 술래다. 왜 금산이 술래인가? 호국충절로 나라를 지켰고 자연과 함께 삶을 지키며 인삼과 약초로 나와 너 서로의 생명을 지키니 금산은 술래다.

예로부터 우리고장 금산은 금수강산을 줄여 금산이라 했고 인삼의 고장, 충절의 고장, 산의 고장이라 했다. 어깨동무 솟은 산과 여울로 굽이쳐 흐르며 도는 강으로 조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우리 고장 금산은 아름다움과 그 속에 의로운 삶과 역사, 건강과 행복, 희망을 찾고 지키어 함께하니 그야말로 큰 술래다.

금산은 금산 혼자 살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금산은 혼자 힘차지는 않을 것이다/ 금산은 혼자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다/ 금산은 혼자 따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금산은 혼자 밝고 환하지는 않을 것이다/ 빛이 금산에서 나와 온 나라를/ 생명력으로 가득하게 하고/ 펄펄 힘으로 넘치게 하고/ 추한 것 더러운 것들을 몰아내고/ 어둠도 몰아내고 빛이 금산에서 나와/ 이 나라를 아름다운 나라로/ 반듯한 나라로 이끌리라/ 아름다운 금산 희망의 금산/ 이 땅의 빛이 금산에서 나와 -신경림 ‘이 땅의 빛이 금산에서’ 中

노래하는 시인은 유독 금산이 혼자가 아님을 이야기 한다. 시인은 오랜 시간 무언가로부터 또는 무언가를 지키어낸 술래로써의 금산을 알았던 것이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를 지키기 위해 금산은 늘 함께였고 술래였다. 혼자가 아니기에 배려를 알았고 희생을 알고 생명을 지키고 두려움을 걷어내고 앞에서 이끌었다.

금산의 지난 역사는 늘 지킴으로 살아온 역사였다. 먼 삼한시절 깨어나려 용트림하는 백제의 거대한 힘 앞에서 버티고 선 마한 최후의 성 금현성에서 무너져 버린 왕조의 끝자락을 움켜지고 권토중래를 외친 후백제 견훤의 백령성으로, 고려 공민왕의 천년의 꿈을 담으려던 용호석에서 바람 앞에 촛불처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임진왜란의 조선까지, 그 조선의 마지막 숨결인 동학 최초의 일어섬과 최후의 항전의 시간, 한국전쟁 빨치산에 이르기 까지 모두를 건 지킴의 자리에서 금산은 술래의 자리를 지켜왔다.

금산의 지킴의 역사를 닮아서 일까? 금산의 험하고 척박한 자연은 그 속에 질기고 강한 생명의 기운을 모아 인삼을 키웠고 수많은 약초를 길렀다. 생명의 기운을 듬뿍 담은 신의 영약 인삼은 그 신비함으로 많은 이들의 삶과 생명을 지키는 지킴이가 되었고 이 땅의 사람들에게는 삶의 희망과 내일을 찾아 지켜주는 또 다른 술래가 되었다.

금산은 술래다. 사람을 끌어내어 서로 만나게 하고 서로 부둥켜안게 하며 모두를 지키어 함께하는 생명의 땅의 술래다. 술래의 땅에 사는 이들도 술래가 되어야 한다. 술래가 되어 모두를 찾아야 한다. 모두 찾아야 새로움이 열리고 함께 하는 우리가 된다.

이 땅에 생명의 술래가 되어 우리가 찾고 지켜야 할 모두를 찾고 지켜 시인의 노래처럼 이 땅의 빛이 펄펄 넘치는 힘으로 금산에서 나올 그날을 소망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