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를까? 아마 대부분 코끼리가 머릿속에 떠오르게 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표현이지만, 오히려 코끼리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만든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먼저 코끼리를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대상이나 개념을 처음 접하면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미 파악하고 있다면 처음보다 짧은 시간 내에 인식하게 된다.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이것이 프레임(frame)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프레임은 '기본, 틀, 뼈대'라는 뜻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마음의 창을 의미한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을 프레임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는 대신 이미 형성된 어떤 관점과 기준, 즉 프레임을 통해 바라본다. 어떤 컵에 물이 절반 정도 들어 있다고 가정하자. A는 "물이 절반 밖에 없네" 라고 하고, B는 "절반씩이나 남았네"라고 하면 B가 A에 비해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A와 B의 해석의 차이는 두 사람이 갖는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생각과 행동의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프레임은 일단 형성되면 쉽게 변하지 않고,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소박한 실재론(Naive realism)'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고 생각하고,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 현실 사이에는 어떤 왜곡도 없다고 믿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러한 편견 때문에 내가 선택한 것을 다른 사람도 기꺼이 선택할 것이고, 동일한 인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자신의 의견이나 선택, 행동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라 착각하면서 다른 선택,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한다. 때론 자신의 프레임을 강요하기 위해 목소리를 키우고, 심지어 정보를 왜곡한다. 개인 간의 수준을 넘어 집단, 군중으로 확산될 때 편을 가르고 갈등을 야기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아테네 교외 언덕에 집을 짓고 살면서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히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고 전해진다. 이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한다.

이처럼 자신의 기준을 정해 놓고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추려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남에게 지나치게 강제해서도 안 된다. 세상은 매우 복잡하고 우리가 경험하고 마주치는 문제, 개념들은 단 하나의 정답이나 선택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해답과 선택지가 존재한다. 자신과 생각이나 가치가 다른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분홍색 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세상은 온통 분홍색이고, 파란색 안경으로 보면 파란색일 뿐이다.

자신의 프레임 속에 어떤 가치, 정신이 채워져 있는지 돌아보고, 새로운 프레임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프레임을 바꿀 때 행동이나 삶이 바뀌고 세상도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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