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를 찾아가는 힐링열차
대전 여고생·인솔교사 등 65명
방장산 자연휴양림서 '1박2일'
게임 통해 어색함 잊고 친해져
단풍명소 백양사서 추억 쌓아
짚라인·손수건 만들기 체험도

▲ 백양사로 이동 중인 학생들의 모습. 최윤서 기자
▲ 전남 장성으로 출발하는 기차에 탑승 전 주의사항을 청취하고 있는 모습. 최윤서 기자
▲ 1일 차 자연물 손수건 만들기 체험 중인 모습. 최윤서 기자
▲ 방장산 자연휴양림 내 에코어드벤처 프로그램 중 짚라인을 체험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최윤서 기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오색 청명한 가을 하늘 만큼 여고생들의 웃음소리도 높았다. 치열한 학업 경쟁 속 불안하기만 한 진로에 대한 고민은 잠시 넣어두고 자연이 주는 오감에만 집중했다.

대전시교육청 주최 및 사단법인 행복한 동행 주간의 ‘3회 나를 찾아가는 힐링열차-숲에서 나를 만나는 여정’은 방장산 자연휴양림(전남 장성군 소재)에서 지난 24~25일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의 자존감, 자신감과 대인관계 능력을 길러 주고 바른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 주는 데 목적이 있는 이번 프로그램은 대전지역 여고생과 인솔교사 등 65명이 참여했다.

지난 24일 이른 아침 백양사행 기차를 탑승하기 위해 서대전역에 모인 학생들은 서로 친분이 없는 탓에 어색한 분위기가 맴 돌았다. 8개 조로 나눠 조당 대학생 멘토 1명씩 배치됐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이 1박 2일간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괜한 기우였다.

무궁화호 1실 전체를 빌려 백양사까지 가는 2시간 동안 레크레이션이 진행됐는데 역시 보상이 걸린 게임은 관계를 급속도로 담합시키는 강한 힘이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단연 국내 최고의 단풍 명소 백양사. 점심을 먹고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지원된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이들은 숲길이 주는 선물을 만끽했다.

남도지방에만 서식한다는 비자림 나무의 열매의 향을 맡아보기도 하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은 다람쥐를 신기해하며 일상 속 학업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백양사에 도착한 학생들은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과 기암절벽의 산새를 배경삼아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추억을 기록했다.

숙소가 있는 방장산 자연휴양림으로 도착한 이들은 곧바로 짚 라인이 위치한 코스로 이동했다. 헬멧과 보호대 등 안전장비를 착용한 뒤 전문가의 간단한 교육을 받고 푸른 산 속을 무대로 한 짚 라인 체험을 시작했다. 일부는 무섭다고 포기하기도 했지만 막상 즐거워하는 친구들의 표정을 보고 후회했다.

이어 들꽃, 낙엽, 단풍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손수건 만들기에 돌입했다. 길가에 놓인 자연물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주어 손수건 위에 아래 놓고 망치로 두드리면 어느새 예쁘게 모양 그래도 물이 든다.

열심히 즐긴 자 먹어라.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숙소에 도착한 학생들의 눈에 띈 것은 역시 최고의 먹거리 삼겹살. 조별로 배급된 식재료로 직접 된장찌개를 만들고 밥도 하고, 고기도 굽는 등 잊지 못할 첫째 날 저녁 만찬을 즐겼다.

어느덧 해가 지고 숲 속에 어둠이 깊게 내려앉자 밝을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가을이 왔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귀뚜라미 소리 부터, 도심 속에선 보기 어려운 밤하늘 무수한 별들까지.

하루 만에 친해진 학생들과 멘토들은 깊은 산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밤하늘을 공유하며 굳게 닫혔던 속마음을 살며시 열어본다. 다음날 이별이 임박해 온 학생들은 짧지만 행복했던 추억을 회상하며 소감을 발표했다. 6조의 한 학생은 “오기 전에는 친분이 전혀 없어 사실 걱정도 많이 했다”며 “그런데 막상 오니까 야간자율학습, 시험, 진로 등 그동안 받아왔던 스트레스를 짧지만 잊을 수 있었고 한 템포 쉬어가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생 멘토 역시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데 아이들이 선생님 하면서 잘 따라와 줘서 정말 고마웠고, 덕분에 나도 힐링 하고 가는 것 같다”며 “평소엔 초록색 볼 일이 별로 없는데 여기 와서 자연을 실컷 만끽하고, 밤하늘의 별까지 볼 수 있어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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