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월훈 대전시 시민안전실장

지난달 8일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 항구로부터 12.6㎞ 떨어진 해상에서 현대 글로비스 소속 대형 자동차운반선 골든레이호 전도사고의 인명구조 작전은 구조절차, 협업체계, 신중함과 신속성 및 집중력 등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된 재난대응 작전이었다. 미국 해안경비대(USCG)는 사고 발생 2시간 만에 승선자 24명중 20명을 구조하고 한국인 선원 4명만 남겨둔 가운데 불길과 연기 탓에 선체 진입은 중단됐다가 긴박한 구조작전을 펼쳐 사고 발생 41시간 만에 나머지 선원 4명도 모두 구조하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그중에서도 신속하게 드릴로 선체에 7.6㎝를 구멍을 내 선내 생존자에게 식수와 음식을 전달하고, 구멍을 확대해 먼저 3명을 구조한 후 마지막 생존자를 건강한 상태로 구조하는 장면은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부러움을 안겨줬다.

이러한 완벽한 구조작전은 세계 최고의 재난대응 능력을 갖춘 미국 해안경비대와 항만청, 경찰, 소방 및 해난 전문구조업체 등 협업기관들이 평소에 실제와 같은 반복훈련을 통해 대응역량을 키운 결과로 재난에서 사전 대응훈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줬다.

오늘부터 11월 1일까지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2019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우리시에서도 시민과 함께하는 체감형 현장훈련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의 훈련을 선보일 예정이다. 훈련 첫날인 오늘은 비상소집을 시작으로 재난안전 사진, 포스터를 전시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지진 복합재난 훈련, 유성구와 대덕구에서는 토론기반 훈련을 실시한다. 둘째 날에는 교육부 주관으로 상원초등학교 화재 대피 훈련, 원자력연구원 시험시설의 화재훈련과 중구 외 2개 자치구에서는 토론훈련을 진행한다.

셋째 날에는 전 국민 지진 대피 훈련과 대전시의 토론 기반 훈련이 진행된다. 네 번째 날은 우리시와 동구가 합동으로 대전대학교 실험실 가스폭발로 복합재난 발생에 따른 유관기관 협업 훈련으로 재난 현장대응, 수습·복구 종합훈련이 실시되고 중구는 충남대학교에서 대형 화재 발생에 따른 훈련을 실시한다. 마지막 날은 대덕구와 서구가 한국타이어와 대전침례교회에서 현장훈련을, 우리시 인재개발원에서는 청사 화재발생 대응훈련도 실시된다.

올해 안전한국훈련의 특징은 대전시, 자치구 등이 훈련은 주관하지만 유관기관들과의 협업체계 및 일반시민들의 체험과 참관을 매우 중요시해 평가지표에서도 상당히 많은 비중을 할당하도록 돼 있어 시민 체감형 훈련이 강조되고 있는 점이다.

뇌공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교통사고 등 위기상황에 빠지게 되면 지능지수(IQ)가 평소보다 현저하게 저하된다고 한다. 공포 속에서 당황하게 되면 혈액이 근육에만 집중돼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기 때문인데 위급한 재난 속에서도 몸이 평상시처럼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반복적인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전에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이 체질화되지 않을 경우 각종 재난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화재, 폭발, 사고 등의 각종 사회재난과 기후변화 등으로 자연재해가 보다 극심한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각종 재난으로부터 우리 가족과 동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고 대처하는 연습을 숙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2019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실시하는 진정한 이유이다. 이번 훈련이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속에서 지역사회 재난대응 역량을 한 단계 끌어 올리고 안전 문화가 시민들의 삶속으로 체득돼 ‘안전한 대전’의 기틀을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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