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무용단 66회 정기공연 ‘군상’
31일·내달 1일 대전예술의전당서 열려
대전방문의해 ‘대전예술브랜드 프로젝트’
혼탁한 시대 속 ‘고암 이응노’ 남긴 작품
지금 우리의 보편적 감정들과 깊이 연결
현대적 한국 창작 안무와 어우러진 무대

▲ 대전방문의 해 기념 대전시립무용단 제66회 정기공연 ‘군상(群像)’이 오는 31일부터 내달 1일 오후 7시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린다. 사진은 '군상'의 연습 모습. 대전시립무용단 제공
▲ 대전시립무용단 제66회 정기공연 '군상'의 연습 모습. 대전시립무용단 제공
▲ 이응노 ‘군상’. 이응노미술관 홈페이지 캡처
▲ 대전시립무용단 제66회 정기공연 '군상'의 연습 모습. 대전시립무용단 제공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대전방문의 해 기념 대전시립무용단 제66회 정기공연 ‘군상(群像)’이 오는 31일부터 내달 1일 오후 7시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황재섭 예술감독 취임 후 첫 창작 안무작으로 대전에 깃든 고암(顧庵) 이응노의 예술 정신과 세계적인 문화유산에 주목하고자 한다.

2019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지역 문화예술 가치를 올리기 위한 첫 번째 ‘대전예술브랜드 프로젝트’다. 대전시립무용단은 고암의 예술혼이라는 대전만의 빛나는 문화적 유산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데올로기의 광폭성과 치졸한 정쟁(政爭)의 겁박에 과감히 맞서면서도 민족적 자긍심과 예술적 자존감을 세계 속에 드높여 온 그의 예술행로는 이 땅에서 부지해 온 우리 모두들의 자화상과 같기 때문이다. 동시대의 예술가로서 동지적 의지와 고통을 공유했던 이응노와 윤이상, 혼탁한 시대에도 불구하고 주옥같이 남긴 그들의 작품과 음악이 현대적인 한국 창작 안무와 어우러져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액자 속 2차원적 그림은 미술, 음악, 무용, 영상 등 다양한 장르와 융합해 3차원적인 무대로 확장돼 관객과 출연진은 한 공간에 공존하는 군상(群像)의 모습 그 자체가 된다.

구성은 △공후(gong-hu)-이응노가 꿈꾸는 세상, 그리고 아름다운 추상 △메모리즈(memories)-내 존재의 기억들, 그리고 그녀 △동백림, 그리고 광주-조작된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는 고암, 그리고 우리들의 자화상 △군상(群像)-세상을 잡은 손, 그리고 군상 총 네가지다.

이데올로기의 광폭성과 치졸한 정쟁(政爭)의 겁박에 과감히 맞서면서도 민족적 자긍심과 예술적 자존감을 세계 속에 드높인 이응노의 작품들에는 그의 예술관과 시대의식이 함축돼 있다. 자신의 것을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해 온 지난한 여정, 그의 삶과 예술은 지금 우리의 보편적인 삶의 감정과 깊이 연계돼 있다.

이번 공연은 이응노의 삶과 예술적 행로를 되새김으로써 현 시대 예술가로서의 의무와 역할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고자 마련됐다. 무용단 측은 일회성이 공연이 아닌 상설 레퍼토리화의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지속적인 기량의 향상과 완결성을 추구하고 있어 지역 대표 창작 작품 시리즈로 연계,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또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예술작품의 전형을 제시함으로써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의 정착을 꾀할 전망이다.

그림을 보는 것과 춤을 감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이번 작품 ‘군상(群像)’의 안무도 마찬가지다. 역사의 중심에 있던 이응노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액자 속 군상들을 불러 내 춤추게 한다는 것은 우리가 현재의 그림을 통해 그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유추할 뿐인 피상적인 행위에 불과하다. 다만 시공간을 초월해 이미 세상을 등진 이응노라는 예술가와의 기억을 무대에서 올바로 공유하기 위해 우리는 보다 보편적인 진리를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선들로 엮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춤의 언어로 전달할 수 있을 뿐이다.

황재섭 감독은 “이응노의 문자추상이든 군상연작이든 왜 이런 형식의 작품이 나오게 됐는지에 대한 이유가 관객들에게 공감돼야 함을 먼저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며 “그리고 그 공감은 식민지의 고통, 민족상잔의 비극, 옥고와 추방의 번민, 조국의 평화통일과 민주화의 염원 등 화가의 삶이 작품으로 승화된 연결고리를 찾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의 삶과 예술은 지금 우리의 보편적인 삶의 감정과 깊이 연계돼 있음을 깨달았다”며 “자신의 것을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전통과의 융합을 시도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해 온 지난한 여정, 그것이 바로 현재 우리의 시간과 고암의 삶을 동일선상에 뉘이고 있는 역사요 삶이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대 정치적 상황으로 말미암아 그간 침잠해 온 고암 이응노의 숭고한 예술적 의지와 핍박한 삶의 이면을 실상 그대로 알리고자 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고암의 2차원적인 미술작품을 3차원적인 무대로 확장시켜 생명을 불어 넣기 위해 미술, 음악, 무용, 영상 등의 다양한 장르 간 협업도 진행된다. 예술적 동지이자 평생의 반려자였던 미망인의 시각에서 바라 본 고암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이러한 화자의 객관화에 따른 작품 구성의 긴밀성은 관객들에게 좀 더 보편적인 이해로 다가갈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의 주요한 키워드를 ‘갈등과 시련(잃어버린 아들, 동백림 사건의 번민, 민주화운동의 시련)’, ‘사랑·화해·통합(문자추상, 군상연작)’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 두고 접근하고자 한다. 동시대의 예술가로써 같은 동지적 의지와 고통을 공유했던 음악가 윤이상과 시인 천상병의 예술적 성과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와 예술성을 확장시킬 계획이다. 작품 ‘군상(群像)’은 예술 간의 만남이나 사람들의 만남처럼 각 예술장르의 협업을 통해 진정한 소통과 화합의 군상들을 그린다.

이번 공연은 취학아동 이상 입장가능하며, R석 2만원, S석 1만원, A석 5000원으로 대전시립무용단, 대전예술의전당, 인터파크, 아르스노바 홈페이지와 인터파크(1544-1555), 아르스노바(1588-8440)에서 전화로 예매가 가능하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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