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발롱도르 후보 30인, 그 의미는…

‘살아있는 전설’, ‘손세이셔널’, ‘대한민국 최고(적어도 현역 중에서는…)의 축구 스타’ 손흥민이 전 세계 30등 안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지난 22일 프랑스 축구전문 매체 프랑스 풋볼이 발표한 ‘2019 발롱도르’ 후보 30인 명단에 올렸다. 프랑스어로 황금빛 공이란 뜻의 ‘발롱도르(Ballon d'or)’는 축구선수에게 주는 가장 권위 있는 개인상이다.

이번 주 스포츠 픽에서는 손흥민이 이름을 올린 발롱도르 상과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프랑스 풋볼이 주관하는 ‘발롱도르’는 1956년 시작됐다. 당초에는 유럽 축구클럽에서 뛰는 유럽 선수만 대상으로 했지만, 1995년 국적 제한이 폐지됐고 2007년부터 전 세계 축구클럽으로 영역을 넓혔다. 발롱도르는 프랑스 풋볼이 후보 명단을 발표한 후 기자단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손흥민이 지난 23일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조별리그 3차전 경기에서 관중들의 환호에 박수로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이 지난 23일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조별리그 3차전 경기에서 관중들의 환호에 박수로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의 이번 30인 후보 명단 포함은 전 세계 축구선수에 대해 성적을 매겼을 때 전체 30등 안에 들었다는 뜻이다. 수학능력시험에서 전교 30등이나 전국 석차 30등이 아니라 전 세계 학생이 응시한 시험에서 전체 30등 안에 랭크됐다고 생각하면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다.

함께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번 2019 발롱도르 후보 30인에는 손흥민과 함께 지난해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리버풀의 사디어 마네와 알리송 베커, 판 다이크, 모하메드 살라, 챔스 최다 우승팀인 레알 마드리드의 카림 벤제마, 에덴 아자르,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의 세르히오 아궤로, 베르나르도 실바, 프랑스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을 이끈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앙투안 그리에즈만(FC바르셀로나) 등이 포함됐다. 물론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도 있다.

후보에서 제외된 선수들을 보면 그 느낌이 더 확실하다. 지난해 발롱도르 수상자인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후보 추천 방식이 도입된 1995년 이후 전년도 수상자가 이듬해 후보에서 제외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더불어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루이스 수아레즈(FC바르셀로나),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필리페 쿠티뉴(바이에른 뮌헨) 등 쟁쟁한 선수들도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

손흥민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지난 23일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3차전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두 골을 터트리며 유럽 프로축구 1부리그 통산 121호골을 기록했다. 이로써 손흥민은 전설 ‘차붐(차범근)’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아니 차붐이 독일 분데스리가의 다름슈타트와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 등에서 11년간 121골을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9년 만에 같은 수치를 기록한 손흥민이 차붐을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손흥민은 2008년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 해외 유학 프로젝트에 선정돼 함부르크 유스팀에 입단해 18세였던 2010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2012-2013시즌 두 자릿수 득점(12골)을 기록하며 분데스리가 정상급 공격수로 떠올랐고, 2013년 레버쿠젠으로 팀을 옮겼다.

레버쿠젠에서 두 시즌 동안 29골을 넣은 손흥민은 2015년 당시 아시아 역대 최고 이적료인 3000만 유로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이후 2016-2017시즌 21골을 넣으며 차붐이 갖고 있던 한국선수 유럽 1부리그 한 시즌 최다골(19골)을 경신했으며, 아시아 선수 최초 EPL 이달의 선수상 2회, 2018-2019 런던 올해의 선수상과 토트넘 올해의 선수상 등을 커리어에 추가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토트넘의 창단 첫 챔스 결승 진출을 이끌었으며, 리그에서도 해리 케인(17골)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골(12골)을 기록했다.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손흥민. 연합뉴스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손흥민. 연합뉴스

스피드형 공격수에서 완전형 공격수로 거듭난 손흥민이 이름을 올린 발롱도르는 앞서 말했듯 최고 권위의 상이다. 이 상의 초대 수상자는 1956년 스탠리 매슈스(잉글랜드·블랙풀)이며, 최근 5년간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014·2016·2017·당시 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2015), 루카 모드리치(2018)가 주인공이 됐다.

발롱도르를 가장 많이 받은 것은 무려 5차례나 수상한 호날두와 메시이며, 미셸 플라티니와 요한 크루이프, 마르코 판 바스텐 등 전설들이 3회씩 영예를 안았다. 발롱도르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아르헨티나로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와 오마르 시보리, 메시 등이 8회를 기록했으며, 독일(프란츠 베켄바워 등 5명)과 네덜란드(요한 크루이프 등 3명), 포르투갈(루이스 피구 등 3명) 등이 7회씩 차지했다.

최다 수상 클럽은 역시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로 각각 11회씩 트로피를 가져갔으며, 발롱도르 최다 수상 리그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22회)였다.

한국선수 중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것은 2002년 설기현(안더레흐트)과 2005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있지만, 표는 받지 못했다.

물론 오는 12월 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19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손흥민의 이름이 불릴 가능성은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비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우리는 손흥민이 빛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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