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흉가 체험 명소된 옛 충일여고 가보니… 불쑥 나타나 춤추며 낄낄
출입금지 경고문 앞… ‘난동’
사유지 불법침입… 공권력 조롱
2005년 모기업 정리 후 폐교
주민들 불안감 갈수록 더해가

▲ 높은 펜스로 사방이 가로 막혀 있는 옛 충일여고. 사진= 선정화 기자
▲ 외부인 출입금지 경고문 앞에서 춤을 추고 소변을 보는 등 공권력을 조롱하는 유튜버. 유튜브 영상캡처
▲ 충일여고 몰래 들어가는 길을 알려주는 유튜버 영상. 유튜브 영상캡처

[충청투데이 선정화 기자]“(옛)충일여고 앞입니다. 지금 (유튜버가) 발광을 하는데 벌써 귀신들린건 아니겠죠?”

유튜브 영상 속 한 남성이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적혀있는 경고문 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신이난듯 춤을 추더니, 경고문 근처에서 소변을 본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인근 슈퍼마켓 운영자에게 옛 충일여고 가는 길을 누군가 묻는다. 슈퍼마켓 운영자가 “거기 들어가면 경찰에 체포된다”며 만류하는 모습과 낄낄거리며 이를 촬영하는 모습이 담겼다. 심지어 높은 가림막과 날카로운 펜스로 출입이 차단된 옛 충일여고에 몰래 들어가는 길과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옛 충일여고 흉가체험 영상 모습이다. 24일 기자가 찾은 옛 충일여고는 우거진 숲에 사방은 펜스로 꽉 막혀 있었지만, 군데군데 사람들의 발길을 따라 만들어진 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낮이지만 울창한 나무숲에 가려진 폐교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고, 곳곳에는 사유지 출입금지 경고문이 있었다.

2005년 모기업인 충남방적 공장이 정리되며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폐교된 옛 충일여고는 흉가 체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 3대 흉가에 이름을 올렸다.

흉가 체험은 일반적으로 무더운 여름에 집중되지만, 최근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유튜버들이 찾고 있다.

2016년에는 옛 충일여고에서 흉가 체험에 나섰던 30대 남성이 버려진 정화조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지만, 흉가 체험 행렬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들은 사유지에서 하는 방송이 엄연한 불법 행위임에도 흉가 체험 방송을 하고 있다. 특히 경찰 공권력을 대놓고 조롱하는 체험 영상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지만, 경찰은 손을 놓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들의 방문에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흉가가 있다는 소문에 마을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 외지인들의 방문에 혹시 범죄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늘 안고 있다.

일부 주민은 자식 혹은 손자 같은 젊은이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갖고 살아야 한다. 실제 3년 전 사망사고까지 나면서 불안감은 더하다고 한 주민은 속내를 털어놨다.

옛 충일여고 건물 관리인은 “몇년 전부터 젊은 친구들이 영상을 찍기 몰래 들어온다”며 “지킬 수도 없고,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벌금 몇만원 부과에 끝나다보니 막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옛 충일여고 자리는 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있다. 재개발에 앞서 건물부터 우선 철거 해야 되는 것이 맞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만약 소유주가 침입자들을 주거침입으로 신고를 하면 영상을 기반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979년 개교한 충일여고는 유성구 원내동 위치했으며 인근에 위치한 충남방적 산업체의 부설 고등학교였다. 충일여고는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학생수가 감소해 2005년 폐교됐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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