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장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공공건설공사의 공사기간 산정기준'을 훈령으로 마련한데 이어 적정 공기를 보장하는 공기산정기준을 법제화하기 위한 TF를 가동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8월 '건설산업 활력제고방안'을 통해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기 보장을 위한 26개 규제 개선 과제를 추진키로 한 바 있다.

이는 앞서 김현미 국토부장관과 공공발주기관 사장,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건설 관련 단체장들이 함께 다짐한 '건설산업 상생협력 TF 선언식'에 따른 것이다.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기를 위해 정부 각 부처가 팔을걷고 나서고 있다니 우선 반가운 일이다.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기는 건설공사의 핵심이다. 멀리 둘러갈 것 없이 핵심을 파악하는 것부터가 잘 하는 일이고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건설공사를 발주하면서 무조건 '깎는 게 좋은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면 위험한 발상이다. 예산낭비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공사비를 무리하게 삭감해 건설업체를 어렵게 하고 공사품질도 떨어뜨린다면 더 큰 문제다. 공사계약에 시중노임단가 이상의 임금을 지급토록 하자는 적정임금제 시범사업도 적정 공사비가 전제돼야 앞뒤가 맞는다.

10년 간 건설업 영업이익을 보더라도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고, 주로 공공공사를 수주하는 건설업체의 30%이상이 거의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공사를 하면 할수록 적자의 수렁에 빠지기 때문이다.

공사비를 제대로 안주면서 빨리 끝내라고 독촉해서 나오는 결과물이 어떨지는 안 봐도 뻔하다.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기는 공사안전은 물론 건축물 품질, 청년 일자리, 불법 외국인근로자문제, 경기 활성화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소업체 수주영역인 적격심사 대상의 공사비 산정시 표준시장단가의 적용 배제 및 부당한 공사비 삭감 관행 개선 등 적정공사비 산정체계가 마련되어야 하고, 정상적 영업활동이 가능한 수준으로의 낙찰률 상향도 요구된다.

또 제 아무리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기를 보장해준다 한들 그 혜택이 하도급업체들에게까지 전해지지 않고 원도급 차원에서만 그친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정부가 기왕에 아픈 곳 어루만져 주려고 나선 이상 제대로 하고, 그 결과물은 하도급업체들에게까지 골고루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현실은 오랜기간 적자에 내몰린 건설업체들이 최근 건설을 계속해야 하는 지, 접어야 하는 지 선택을 절박하게 강요받고 있다. 공공에서 마저 적자 상황을 방치한다면 산업의 몰락은 물론 이에 기댄 연관산업과 국민경제 전체에 타격을 주어 모두를 고통으로 내몰 수 밖에 없다. 모두를 위해 이제는 정부가 나서 적정공사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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