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식 효문화신문 명예기자

'고려장'(高麗葬)이란 삼국시대에 후장(厚葬)하던 풍속을 말하며 고구려 때에 노인이나 쇠약한 이를 광중(壙中)에 버려뒀다가 죽은 후 장사 지내던 일을 말한다.

전해오는 설에 의하면 옛날 한 젊은이가 나이 많은 노모를 지게에 지고 고려장을 하기위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지게 위 노모는 산 초입(初入)부터 부지런히 나뭇가지를 꺽었다. 아들이 어머니 이제 깊은 산속에 버려지시면 죽을 수밖에 없는데 무엇 때문에 나뭇가지를 꺽는지 물어 보았다. 나야 괜찮지만 네가 집에 돌아가다 길을 잃을까 두렵다. 꺽어 놓은 나뭇가지를 보고 찾아가라고 했다. 아들은 어머니를 다시 집에 모시고 와야 했다.

또한 고려장을 위해 노모를 산속에 져다놓고 내려오려는 아버지 앞에서 함께 갔던 아들이 그 지게를 걸머지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왜 버리지 않고 가져가려하느냐 물었다. 아들은 나중에 아버지가 할머니처럼 늙게 되면 내가 써야한다고 했다. 그 아버지도 노모를 집으로 모시고 왔다.

두 이야기 속엔 의미가 담겨있다. 첫째는 부모는 어떠한 경우라도 자식사랑에 변함이 없고 둘째는 노인들은 비록 몸이 늙어 노동력은 없지만 젊은이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지혜가 있다. 셋째 생활이 아무리 곤궁해도 부모를 버리는 패륜을 범해서는 안 되고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00세 장수시대를 맞아 현실은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지고 핵가족화 되다보니 자식이 부모에 대한 효는 요원하다. 일부 자식이 부모한테 패륜을 저지르는 천인공노(天人共怒)한 일도 비일비재한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의 사실로 '지게효자'가 있어 화제다. 92세의 아버지를 지극정성 모신 화제의 주인공은 충남 서산에 사는 이군익(46·농협) 씨다.

그는 2006년 6월 7일 아버지가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보고 싶다고 말씀하셔 구경시켜드리기로 결심하고 고민이 생겼다. 생각 끝에 가벼운 알루미늄 지게를 제작해 아버지를 모시고 금강산 계단과 골목길 곳곳을 다니다 보니 발이 붓고 피멍이 들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아버지를 지게에 편안하고 안전하게 모시고 구경 시켜 드리는 모습이 국내에 보도됐고 같은 해 감동을 받은 중국교포로부터 산동성으로 초청을 받고 태산과 공자 고향의 명승지에 아버지를 지게로 모시고 방문한 것이 중국내 언론에 대서특필 됐다. 아버지는 2012년에 96세로 돌아가셨다.

이러한 효행사례가 중국에 까지 영향을 미쳐 2009년에는 수레에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중국 전역을 여행한 효녀도 나타났다. 이는 한사람의 효행이 세상에 점차 큰 효행을 불러오게 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인 한국의 지게효자가 효행을 실천함으로써 만인에 귀감이 되고 국위를 업그레이드시킨 흔치않은 계기이다.

이군익 씨는 내가 만약 아버지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렸다면 아버지에 대한 평생 불효의 한을 가슴에 품고 살았을 거라고 말하면서 2018년 한국효문화진흥원에 지게를 기증했으며, 필자도 효 문화해설사로 그의 높은 효행 정신과 실천을 전국에서 찾아온 관람인에게 전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경로효친 사상을 진작시켜야 한다. '뿌리 없는 나무 없고 조상 없는 자손은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우리 문화의 아름다운 전통문화 유산인 효(孝)와 인성교육을 강화해 현대효의 새로운 가치관을 창출하고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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