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호 청주시 우암동 행정복지센터 주민복지팀장

중부지역에 집중호우가 예상된다는 예보가 있으면 어김없이 2년 전의 잔인한 기억이 생각난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물이 역류 등으로 인해 수많은 침수피해를 낳았던 기억이다. 무릎 위까지 물이 넘치고 지하는 침수돼 들어갈 수조차 없었고 우수관에서 역류한 물줄기가 솟아올라 위험천만한 일들이 벌어진 기억이다.

지난 2017년 7월 14일 금요일 밤부터 충북지역에 비가 시작됐다. 이틀 후인 16일 새벽 4시부터 강우 강도가 강해지면서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 수해가 큰 피해를 준 이유는 짧은 시간에 강력한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청주와 괴산은 시간당 80㎜가 넘는 기록적인 강수량을 기록했다.

청주를 비롯한 증평·괴산·진천 등에서 사망 5명, 이재민 2539명, 주택 1023동·농경지 590㏊ 유실, 도로·하천 등의 공공시설 침수 등 추정 피해액 547억 원, 추정 복구 소요액 2342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수해 직후 응급복구에는 군인 및 경찰 1만 9310명, 자원봉사 및 기관 1만 5183명, 공무원 4992명 등 3만 9485명이 투입됐다. 아직도 그 당시 피해를 본 시민들의 기억엔 커다란 상처로 남아 있고 이는 수년이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꼼꼼한 준비, 철저한 대비를 통해 이루고 싶은 '안전 청주'의 이미지가 추락한 기억을 넘어서 가보고 싶다.

시민들에게 집중호우 때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냐 물으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어!"라며 개인으로는 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젓거나 "내가 뭘 해요!"라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이도 많다.

과연 그렇까?

물론 제방이 위험하다든가, 다리가 흔들린다든가, 호우로 인한 지반침하로 산사태로 지반이 갈라진다거나 할 때에는 개인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며 꼭 해야만 하는 일들도 있다.

첫째, 내 집 주변에는 위험이 없는지, 갑자기 흔들림이 느껴지지는 않는지, 축대나 옹벽에 금이 많이 가 있는 곳은 없는지 등을 살펴 행정기관에 알려주는 일이다.

둘째, 집 주변의 빗물받이를 살피는 일이다. 혹시 덮개로 덮여 배수구의 역할을 하지 못하지는 않는지, 나뭇잎이나 잡쓰레기로 인해 막히지 않았는지 평상시 살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행정기관에서 하겠지, 누군가 신고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평상시 재난 의식의 생활화가 중요하다. 연예인들의 출현에 휴대폰을 들고 열심히 찍는 이들처럼 내 주변의 위험요인을 신고해주는 것들이 정말 중요하다.

셋째, 평상시 라디오, 손전등 등을 준비하고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경우에 재난방송을 청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가 발생하면 가장 고통을 겪는 이들은 서민층과 취약계층이다. 홀로 움직이기 어려운 어르신들, 복구 등에 필요한 소액의 돈조차 마련이 어려운 취약계층,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여유 자금이 없는 소시민들이 정말 힘들어지는 것이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있다. 준비하며 대비한 자가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고 설사 엄청난 어려움이 온다고 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과 공무원 모두에게 큰 아픔을 남긴 호우 피해는 상처로 남겠지만 다시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일방의 노력이 아닌 모두의 노력으로 잔인한 7월의 기억을 탈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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