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가 동아시아 지방정부로는 최초로 '기후 비상상황'을 선포한 건 다가오는 기후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도는 어제 예산 스플라스 리솜에서 열린 '2019 탈석탄 기후변화 대응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후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모든 석탄화력발전소의 조속한 폐쇄를 목표로 탈석탄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언문 문구에 절박감이 묻어난다.

도는 2050년까지 석탄 발전량을 제로화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47.5%로 확대하는 구체적 방안을 내놨다. 202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14기를 친환경 발전소로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도가 현 상황을 '기후 변화'가 아닌 '기후 위기'로 보고 정책 대응 수준을 강화한 것이다. 전 세계 10여개 국가와 1000여개 도시가 비상상황을 선포할 정도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이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인 30기가 충남 서해안에 밀집돼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기여도가 매우 높다. 도내 석탄화력발전소와 대형사업장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환경부의 TMS(굴뚝자동측정기) 자료를 보면 충남은 2017년 전국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의 24.11%를, 2018년엔 22.97%를 차지했다. 미세먼지 발생과 무관치 않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인 현안임을 감안하면 기후 비상상황 선포가 선언적 의미에 그쳐선 안 된다. 이행력이 담보되려면 예산확보, 전문인력 양성 등 많은 난제가 따른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기엔 벅찬 측면도 있다. 정부와 타 지자체, 나아가 세계도시와의 공조체제가 그래서 긴요하다고 하겠다. 기후수도의 모범이 되고자 진력하는 도의 모습은 평가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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