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도·민주 입장 밝혀라” 압박
與 “예산정국 … 예산확보가 우선”
박덕흠 “국토부·국토위 무관심”

사진 = KTX 세종역이 추진되는 세종시 발산리 일원. 연합뉴스
사진 = KTX 세종역이 추진되는 세종시 발산리 일원.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일각에서 KTX 세종역 신설을 노리고 군불때기를 하는데 대해 충북지역은 일단 ‘투트랙(Two track)’으로 대응하면서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른바 '실익론'이다.

최근 충북도와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이 이춘희 세종시장(민주당) 등의 KTX 세종역 신설 재추진 입장 표명과 관련해 일체의 대응을 삼가자 야권은 "추진 반대 입장을 밝히라"고 강력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이시종 지사와 민주당 충북 정치인들이 KTX 오송역 활성화 여부와 직결된 중대사안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정의당과 시민사회단체는 다소 결이 다르다. 충북 여권이 아닌 세종시와 신설론의 '원조격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세종시)를 정조준한 상태다.

급기야 자유한국당 소속 청주시의원들은 지난 21일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가 KTX 세종역 신설을 재론하는 것은 청주시와 세종시가 맺은 상생협력 협약을 원천 무효화 하는 것"이라고 포격했다. 앞서 청주시와 세종시가 18일 행정·자치 등 4개 분야에서 10개 사업을 공동추진하기로 한 상생협력 협약을 '없던 일'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시의원들은 충북도와 청주시, 민주당 충북도당과 소속 국회의원들이 신설 반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국당은 11일, 18일 두 차례에 걸쳐 사실상 '민주당이 문제'라는 취지 등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분간은 여야로 나뉘어 무대응과 반대 입장을 동시에 알리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실익(實益)'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충청내륙고속화도로 건설(총사업비 7940억원), 중부내륙선 철도 건설(2조 3112억원), 바이오벤처플라자 건립(신규사업, 총 490억원) 등 굵직한 사업들에 대한 '국비 확보전'을 국회에서 치러야 하고, 충북선철도 고속화 사업의 정상 추진까지 고려하면 '예산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일을 아직은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최소한 내년도 정부예산안(법정 처리시산 12월 2일)이 국회 본회의장 문턱을 넘어선 이후 충북 여야가 한목소리로 반대를 천명하는 게 도익(道益)에 부합하다는 얘기다.

충북지역 한 국회의원실의 관계자는 "여권 실세 이해찬 대표가 신설을 강력 주장하고 있지 않느냐"며 "먼저 내년도 예산부터 살뜰히 챙기고 충북도 등이 반대를 표명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시가 발주한 KTX 세종역 신설의 타당성을 따져보는 연구용역은 내년 상반기에 도출될 예정이다.

여기에 17일 민주당과 충북도 간 국회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해찬 대표가 충북지역이 주도하고 있는 강호축 개발을 경부축과 대비해 '신성장축'이라고 규정한 대목과 이인영 원내대표가 충북선철도 고속화 사업과 관련해 고속화를 담보할 수 있는 검토대안 채택 지원의사를 밝힌 점 등을 참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충북의 '큰 일'을 돕겠다고 천명한 것으로 예산은 물론 대형프로젝트와 관련해 여권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충북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 아니냐"고 해석했다.

투트랙 주장에는 신설론이 불거졌다가 수포로 돌아간 선례도 작용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해 10월 8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비공개발언으로 "(세종역 신설은) 충북만 반대하고 다른 지역은 모두 찬성"이라고 밝힐 정도로 KTX 세종역 신설을 밀어 붙였다. 당시에도 충북도와 민주당 충북도당의 대응 수위는 미미했다. 하지만 예산정책협의회 이후 10월 29일 민주당 소속 변재일 의원(청주 청원), 오제세 의원(청주 서원)은 국회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이 "세종역 설치 문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고, 예비타당성 조사 검토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자연스레 신설론은 사그라들었다. 변 의원과 오 의원이 막후에서 난제를 풀어낸 대목이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당 충북도당은 괜스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변재일 충북도당위원장은 최근 충청투데이와 통화에서 8일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발(發) 신설론과 관련해 "신설 불가로 결론을 맺은 사안으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세종역 신설을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입장 변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손뼉을 마주치면 되레 신설론을 부풀려 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부와 국회 국토위에서는 신설론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토위 야당간사인 박덕흠 의원(자유한국당, 보은·옥천·영동·괴산)은 "국토위 내 여야 모두 신설론에 대해 언급하는 의원들이 없다고 보는 게 맞는다"면서 국토부 입장도 달라진 게 없다고 전했다.

앞서의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세종시 등의 신설 재추진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갖고 국토부의 입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예산정국이 끝난 이후 반대란 공통의 목소리를 내도 시간은 충분하고, 여권 내 막후에서 해결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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