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종 농협 세종교육원 교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다.

그에 앞서 지난 몇 주 동안 조국 반대를 주장하는 측과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측은 각각 광화문 일대와 서초동 일대에서 엄청난 인원을 동원하는 지지 세 대결 양상을 보였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이렇게까지 국론이 분열하고 있는데 이게 나라냐 하며 정부를 비난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누구나 자신의 판단에 따라 지지와 반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지지와 반대는 모두 개인의 의견일진대 그러한 의견의 다름을 국가가 통치 행위로 통합할 수 있을까?

그러한 의견 대립이 곧 국론 분열이며 하나로 통합되어야 하는 문제인가는 의문시 된다. 어느 조직, 어느 사회나 갈등은 존재한다.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그 갈등을 대하는 태도와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에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사회는 이전에도 수 많은 갈등을 경험하였다. 의사와 약사간의 의약분업 사태가 있었고 의사와 한의사 간의 갈등도 있었다. 쓰레기 매립장 부지 선정을 두고 같은 지역 주민끼리 몸싸움은 물론 소송까지 하는 모습도 지켜보았고 송전탑 건설 문제로 한전과 갈등을 겪었던 어르신들의 처절한 몸짓도 경험했다.

그리고 어느 지역에서는 지금도 유사한 문제로 서로 마음의 상처를 주고 받으며 갈등속에 하루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인간 세상에서 갈등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른 데서 가장 큰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해'라는 것이 객관성이 결여된 주관적 판단에 기초하고 따라서 누구의 이해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은 힘, 권리(법), 이해관계 등이 있을 것이다. 힘이란 물리력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금권 권력이 해당되며 원시적 해결 방법이다. 법률이나 정부의 해석 등으로 갈등이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나 비용도 들고 무엇보다 당사자간 앙금이라는 감정이 남을 수 있다.

따라서 당사자간 대화를 통한 합의로 이해관계를 줄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인데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중재자가 없으면 당사자간에 대화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과 개인의 갈등이라면 당사자끼리도 대화를 통한 소통이 가능할 수 있지만 조직과 조직, 단체와 기관 사이에서는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갈등관계를 치유하는 첩경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라 생각한다. 동등한 위치에서 상대방을 인정해 주는 자세야 말로 갈등을 해소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양 측은 상대방을 과연 존중해 주면서 나의 주장을 펼쳤는가? 그렇지 않다. 서로가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라고 각자 주장한다. 갈등을 대하는 우리의 전형적인 태도이다. 우리편 아니면 적이라는 인식은 소통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다.

어찌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하여 원수 대하듯 한단 말인가! 소위 '조국 대전'이 한창이던 몇주전 대학교 3학년인 딸과의 대화에서 '조국'을 지지한다는 말 한마디에 그만 대화를 거부 당하였다. 당황스러웠다. 그게 올바른 갈등 대처 방법이 아님은 우리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만 그 이후로 우리 부녀는 조국을 회피하고 있다. 30년 전 청년이었던 내가 '정의'를 생각하면서 독재타도를 외쳤던 것처럼 2019년의 청년인 나의 딸도 똑같이 '정의'를 생각할 것이라 믿으며 나는 조국을 반대하는 나의 딸을 존중한다. 그리고 나 역시도 존중받고 싶다.

조국이 사퇴했다. 검찰 수사도 검찰 개혁도 이제는 한발 떨어져서 진행되는 사항을 지켜보자. 그동안 직장에서 가족끼리, 친구끼리 소원해졌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우리 모두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도 존중해 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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