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민주 당선 2차례… 현역 이후삼 vs 한국 엄태영 구도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진보진영이 보수색이 짙은 충북 제천·단양의 21대 총선에서 계속 '승전보'를 울릴 지 주목된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을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적은 단 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제천·단양 표심은 보수적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동시에 치러진 보궐선거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노무현 탄핵역풍'을 등에 업고 당선인을 배출했을 뿐이다. 면밀히 보면 보궐선거전 20대 총선에서는 자유한국당이 18~19대에 이어 또 승리했었고,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과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후보간 격차는 245표의 '초박빙'을 기록했다. 16대에서는 정통보수를 표방했던 자민련의 깃발이 꽂히기도 했다. 민주당이 거둔 두 차례의 승리가 온전한 게 아니라는 평의 배경이다.

한국당은 내년 4·15 총선에서 '고토회복'을 노리고 있다. 제천·단양을 원래대로 보수의 영역으로 돌려 놓겠다는 것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낳은 범보수층의 결집이 제천·단양의 물밑 표심에 이미 녹아들었다는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제천·단양과 서울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열린우리당이 바람을 일으켰을 때 제천·단양까지 영향권에 들었던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력 후보군은 이미 형성된 상태다. 민주당 이후삼 의원이 '재선고지'를 향해 뛰고 있다. 이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과 예산결산특별위원을 겸하고 있는 점을 십분활용해 지역구 현안해결과 예산확보를 통해 자연스레 주가를 올린 상태에서 총선레이스에 임할 계획이다. 여기에 이근규 전 제천시장의 이름도 물망에 오르내린다.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시장은 7월말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아 피선거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당 주자로는 엄태영 전 제천시장이 신발끈을 조여 매고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 엄 전 시장은 전형적인 토박이 정치인으로 꼽히고 있다. 제천시의원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해 제천시장을 두 차례 지냈다. 최근까지 충북도당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단양이 고향인 박창식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박 전 의원은 TV드라마 대작인 '모래시계', '태양사신기' 등을 제작한 바 있다.

바른미래당은 이찬구 지역위원장이 지난해 보궐선거에 이어 또 다시 국회입성에 노크를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보궐선거 당시 6353표(7.4%)를 획득해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제천·단양에서 4선을 기록한 송광호 전 의원이 하나의 변수라는 얘기도 나온다. 송 전 의원이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비록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아 의원직을 상실하고 정계를 떠났으나, 여전히 이 선거구 밑바닥에 '송광호 향수'가 남아 있다는 게 일부의 시각이다.

한편 선거인수는 제천시가 단양군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다. 20대 총선 당시 제천시의 유권자수는 11만 2534명, 단양군은 2만 6703명을 각각 기록했다. '제천표심'을 잡아야 금배지를 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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