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영 선 충북장애인체육회 육상 감독

[충청투데이 심형식 기자] “장애인들은 장애등급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틀을 깨는 것이 중요합니다. 받는것에만 익숙했던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도록 인성 지도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영선(49·사진) 충북장애인체육회 육상 감독의 지론이다.

전 감독은 19일 폐막한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90여명의 육상 선수단을 이끌며 금 9개, 은 15개, 동 18개 등 42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1만 6575.8점으로 종합 8위에 올랐다. 전 감독은 필드가 전문인데 트랙 감독도 없는 상황에서 홀로 선수단을 책임지며 올린 성적이다.

전 감독의 성적은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더욱 돋보인다. 충북장애인체육회 육상감독으로 부임한 2017년부터 11회 장애학생체전 5위, 12회 대회 2위, 올해 열린 13회 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장애인체육 강자 충북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부산 출신의 전 감독은 사이클 선수인 아들이 3년 전 충북체육회와 계약하면서 충북과 인연을 맺게 됐다. 본인도 충북장애인체육회 육상감독에 지원해 임명됐다. 충북 육상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상황은 막막했다. 등록선수는 3명에 불과했다. 선수부터 모아야 했다. 타 시·도에서 관리 받지 못하던 선수들을 데려와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 선수들과의 소통과 함께 장애의 틀을 넘어설 수 있도록 강한 훈련도 병행했다. 타 시·도에서 영입한 선수들은 본인의 기량 향상과 함께 신인 선수 육성에 도움을 주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했다.

전 감독은 훈련 시스템도 스스로 구축했다. 장애 유형을 이해하고 개개인에 맞춤식 훈련을 도입했다. 단점을 굳이 수정하지 않았다. 선수의 장점을 부각하며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틀을 깰 수 있도록 도왔다.

전 감독은 “장애인 스포츠는 재활이 우선”이라며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야’라는 선수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이어 “주위의 도움에 익숙했던 선수들이 사소한 부분부터 스스로 해결하게 했더니 육상 심판 자격증을 따 비장애인 대회의 심판을 보는 등 오히려 비장애인을 돕기 시작했다”며 “선수들을 지도하며 핼렌켈러가 말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때 어떤 기적이 나타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의 뜻을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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