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 청주시청 국제협력관

2차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성공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는 한국과 대만에 불과하다. 그런데 요즘 한국경제는 활력을 잃어가는 내부적 요인과 세계 경제 침체와 미·중무역전쟁 등 외부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로부터 한국 국가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명 다보스포럼이라고 알려진 WEF(세계경제포럼)는 세계경쟁력 보고서를 10월 9일 발표했다. 2019년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141개 국가 중 13위를 차지했다. 작년 15위에서 2단계, 2017년 17위에서 2년 연속 순위가 상승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싱가포르(1위) 홍콩(3위) 일본(6위) 대만(12위)에 이어 5위이다. 중국은 28위이다.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OECD 36개 국가 중에서는 10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거시경제 안정성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1등을 차지했다. 연구개발로 상징되는 혁신역량과 교통 등 인프라도 각각 6위로서 최상위권 수준을 보였다. 반면 노사협력과 정리해고 등을 측정하는 노동시장은 51위, 특정기업의 지배력 등 독과점 수준을 보여주는 생산물시장은 56위로 부진을 면하지 못 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대기업 편중 구조 개선이 필요함을 알려주고 있다.

핀란드는 2016년 경쟁력협약을 통해 노조의 임금 삭감, 기업의 고용 확대, 정부의 소득세 감면에 합의했다. 우리가 뒤진 노동시장과 생산물시장(독과점) 부문의 개선을 위해선 핀란드와 같이 정부, 대·중소기업, 노조가 참가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WEF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경직성 개선이 중요하며 아울러 사회통합 노력이 필요하다고 정책 제언을 하였다. 또한 사회간접자본 개발 등 공공투자를 통한 확장 재정정책을 권고했다.

WEF의 세계경쟁력평가는 설문조사 대상을 주로 기업경영자로 하고 있어서 기업인의 불만 지수라는 비판이 있다. 103개 평가 항목 중 47개는 설문조사로 평가하며, 56개는 IMF, 세계은행 등의 통계를 이용하여 객관성을 높이려는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경제 현황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는지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WEF는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와 함께 권위 있는 국가경쟁력 평가 기관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개방형 통상국가인 한국으로서는 WEF 평가 결과를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경제에서 심리가 미치는 영향은 크다. 막연한 낙관론도 금물이지만 비관론이 팽배한다면 실제로 경제 위기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우리는 여러 차례 경제 위기를 이겨 낸 경험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일본과 무역 분쟁에서도 밀리지 않고 있다. WEF가 우리의 경제 체력이 대내외 도전에 응전할 수 있는 수준임을 확인해 주었다. 미·중무역전쟁이 봉합될 가능성이 높아 불확실성 완화가 예상된다. 우리 경제 잠재력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경제 체질을 개선한다면 현재 처한 엄중한 경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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