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2016년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일자리의 미래'보고서에서 "인공지능·로봇·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상당수의 기존 직업이 사라지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해 초등학교 입학 어린이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날마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쏟아지지만 역설적으로 지식의 수명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오늘날 사회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약 250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지금까지의 진보는 인류가 축적한 지식, 기술의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사회에서는 단순히 지식의 습득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 소비자의 높은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고,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특정 지식과 기술이 아닌 인접 영역과의 융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IT 기술의 발전이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혁신과 변화를 이루어 낸 대표적인 사례가 '손 안의 PC' 라 불리는 스마트폰의 등장이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선보이면서 성숙기에 접어든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지난 10여 년간 스마트폰은 소비자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편리함을 제공하며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었다. 쇼핑, 금융거래, 길찾기 등 생활의 대부분이 스마트폰 안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삶의 혁신적인 변화는 스티브 잡스라는 한 인물에 의해 이뤄졌다.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2005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내 인생의 전환점은 학창시절 타이포그래피 수업이었다"고 했다. IT와 전혀 상관없어 보였지만 10년 뒤 매킨토시를 구상할 때 그 기능들을 활용했고, 디자인과 기술을 융합한 탁월한 능력이 됐다.

이처럼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영역·분야간 융합은 우리에게 새로움과 놀라움을 제공한다. 기업체, 학교 등 많은 조직에서 융합을 시도하지만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융합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창조를 위한 과정이다. 성과가 없는 단순한 연결, 결합은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라고 할 수 없다. 서로 다른 경계의 벽을 허물고 차이점을 수용할 수 있는 소통과 협업의 자세가 필요하다. 다른 분야에 대해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융합을 시도하려는 노력과 끝까지 이루어내려는 실행력도 갖춰야 한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미래는 어떤 한계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융합의 교차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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