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21일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여권과 서초동 집회 등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정 교수의 뇌종양·뇌경색 진단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지만 검찰은 수사원칙을 명분 삼아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27일 첫 압수수색 이후 대대적으로 진행돼 온 검찰 수사는 핵심 인물인 정 교수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1차 성패가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적잖은 후폭풍도 예상되는 만큼 법원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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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혐의 10개 달해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 일가와 관련한 의혹 대다수에 연루됐고 구속수사의 주요 사유인 증거인멸 정황이 여러 차례 드러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영장에 적시한 혐의만 10개에 달한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 자녀 입시 비리 혐의와 관련해서는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위조 사문서 행사,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선 업무상 횡령, 자본시장법위반(허위신고, 미공개 정보이용),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자산관리인을 동원해 자택과 동양대 연구실 PC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교체한 일과 관련해서는 증거위조 교사, 증거은닉 교사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번 영장 청구를 두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제수사 개시 이후 두 달 가까운 55일 만에 정 교수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지난달부터 영장 청구 시기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으나 검찰은 정 교수 측이 제기한 건강 문제 등에 부딪혀 당초 계획보다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뇌종양·뇌경색 진단을 받은 사실까지 알려지며 검찰이 '불구속 기소'로 선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정 교수 측은 뇌종양·뇌경색과 유사한 병증이 적힌 입·퇴원확인서를 제출했으나 병원·의사 이름을 가렸고, 이에 검찰은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해달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제출된 의료 자료 등을 검토한 끝에 정 교수의 건강 상태가 구금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의 건강 상태를 심각한 수준으로 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검찰 칼 끝 조 전 장관으로 향하나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정 교수가 받고 있는 다수 혐의의 ‘공범’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 전 장관 개입 의혹이 두드러지는 부분은 두 자녀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 발급 의혹이다. 당시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조 전 장관이 공익인권법센터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교수가 검찰의 첫 압수수색 직후 자택과 동양대 연구실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할 때 이를 조 전 장관이 알고서 방조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정 교수의 하드디스크 교체·반출 행위에 대해 증거은닉 교사 혐의를 두고 있다.

검찰은 PC 하드 교체를 도운 조 전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를 조사하면서 조 전 장관과 나눈 대화 내용 등을 세밀히 조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사모펀드 투자처와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가족이 운영해온 사학법인인 웅동학원 허위 소송 및 채용비리 의혹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입장도 직접 들어봐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 등을 잡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전망이다.

 

▲검찰 수사 분수령…기각 시 후폭풍 거셀듯

검찰도 이번 구속영장 청구가 사실상 이번 수사의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발부 여부에 따라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도, 사실상 종결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 교수의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 수사 동력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물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질수도 있다.

이번 수사가 결국 검찰 개혁 저지를 위한 무리한 수사였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개혁 작업 강도가 한층 더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통상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만, 악화할 여론을 감안했을 때 정 교수에 대한 영장 재청구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법원이 정 교수의 혐의 소명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인정해 영장을 내줄 경우 검찰은 그간의 수사 정당성 논란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다.

검찰은 과잉 수사에 대한 비판을 딛고 조 전 장관 수사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픽 todaypi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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