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SK·전자랜드·KCC, 국내 선수가 주인공인 농구로 상위권
용병만 돋보이는 LG·오리온은 부진…유도훈 감독 "국내 선수 더 부각돼야"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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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선수들 너희는 선수 아니야? 왜 용병만 보고 '떡 사세요' 하고 있어!"

지난 시즌 프로농구에서 나온 '유행어' 중 하나는 인천 전자랜드의 유도훈 감독이 남긴 '떡 사세요'였다.

승부처만 접어들면 소극적인 태도로 외국인 선수만 바라보는 국내 선수들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해 유 감독은 '떡 사세요'라는 표현을 썼고, 방송을 탄 이 말은 농구 팬들의 공감을 받아 '히트 상품'이 됐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떡 사세요'를 외치는 유 감독의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국내 선수들이 더는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으로 제 몫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유 감독은 "이번 시즌에는 확실히 국내 선수들의 적극성이 늘어났다"며 "'떡 사세요'를 말할 만한 상황이 줄었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KBL은 국내 선수의 비중을 늘리기 위한 제도 개선을 단행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1, 2, 3쿼터 중 2개 쿼터에서 외국인 선수 2명을 동시에 기용할 수 있었지만, 2019-2020시즌부터는 모든 쿼터에 한명의 용병만 기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

국내 선수의 기량이 팀 순위에 미치는 영향은 확실히 늘어났다.

현재 리그 순위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는 원주 DB와 SK, 전자랜드, 전주 KCC는 모두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낮고 국내 선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DB는 개막 직전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선수 일라이저 토마스를 부상으로 떠나보내고 공격보다는 수비에 강점이 있는 치나누 오누아쿠를 영입했다.

이상범 DB 감독은 득점력이 있는 토마스의 부재를 걱정했지만, DB는 국내 선수들의 맹활약을 앞세워 개막 5연승을 달렸다.

지난 시즌 창원 LG에서 제임스 메이스의 보조 역할에 집중하던 김종규는 DB에 합류 후 당당한 팀의 1 옵션으로 거듭났다.

평균 득점은 11.8점에서 17.6점으로 올랐다. 용병을 포함한 전체 DB 선수 가운데 득점 1위다.

가드 허웅도 11.5점에 머물던 평균 득점이 14점으로 상승했다.

팀의 기둥인 윤호영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DB의 수비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SK 역시 국내 선수의 활약이 뛰어난 팀이다.

자밀 워니가 평균 22.3점을 올리고 있지만, 워니 외에도 돋보이는 한국 선수들이 많다.

데뷔 후 항상 평균 득점이 한 자릿수에 머물던 최준용은 이번 시즌 경기당 13.1점을 기록 중이고, 안영준 역시 승부처마다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주장인 김선형도 경기당 평균 15.1점 5.1 어시스트로 '커리어 하이' 급의 활약을 보인다.

국내 선수들의 선전 덕분에 SK의 문경은 감독은 위기 때마다 애런 헤인즈를 찾아 생긴 '문애런'이라는 별명을 완전히 벗었다.

전자랜드 역시 김낙현과 강상재 등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팀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고, KCC도 시즌 전 1 옵션으로 낙점했던 용병 메이스가 빠진 공백을 송교창과 김국찬 등 국내 선수들의 발전으로 메웠다.

반대로 하위권인 고양 오리온과 LG에서는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잘 보이지 않는다.

LG는 전체 득점 1위(25점)에 올라있는 캐디 라렌을 보유하고 있지만, 라렌 외 선수들의 득점 지원 거의 없어 매 경기 힘든 승부를 펼친다.

오리온 역시 조던 하워드의 폭발력은 인상적이나 이승현과 최진수 등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다.

용병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국내 선수들이 당당한 주연으로 올라서면서 이번 시즌 프로농구는 한층 다채로워졌다.

유도훈 감독은 "용병 출전 시간이 줄어든 이번 시즌에는 국내 선수들이 더욱 부각돼야 한다"며 "적극적인 태도로 상대를 흔드는 한국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농구 인기도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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