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원동에 있는 일제 강점기 건물의 활용 가능성이 비로소 열렸다. 대전 철공산업의 출발점이자 국내 최초 공작기계사인 ㈜남선기공의 창업터가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길이 모색돼 일단 반갑다. 그간 해당 건물이 근대건축물로 등록 보존 받지 못하면서 건물 일부가 철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나머지 잔존 건물이 리모델링 및 보수공사를 거쳐 거듭난다. 건물을 되살려낸 소유자와 지역문화예술인들의 문화마인드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해당 건물은 원동 철물특화거리에 들어선 곳으로 역사성·장소성 차원에서의 가치가 작지 않다.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국내 최초의 민간 공작기계 회사인 ㈜남선기공이 1950년 창업을 시작한 곳이고, 건축자재 또한 옛 충남도청사의 것과 동일한 것이었다는 점에서다. 건물이 노후화 되면서 안전사고 우려로 인해 한쪽 건물이 헐려 아쉽다. 아직껏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결과다. 안전상 문제로 건물 철거가 불가피했다면 적어도 문화 가치를 남길 수 있는 차선책이라도 강구했어야 했다.

비록 한쪽이나마 해당 건물이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게 돼 천만다행이다. 1905년 경부선 대전역 개통이후 철도 교통도시, 근대 신흥도시 대전의 상권 형성-파급-정착-쇠퇴-재생 과정을 스토리로 담아 문화적인 재생의 옷을 입히는 그 자체만으로도 환영할 일이다. 벌써부터 공공기관과 문화예술인 그리고 민간 등 여러 파트에서 반색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도시 역시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다. 대전 원도심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예컨대 동구와 중구 일원에서 추진된 '원도심 근대문화탐방로'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근대문화유산 자원을 살려 문화 재생을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주민 참여와 지자체의 지원 등 참여주체의 협업과 소통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원도심 문화 공동체로서의 마인드를 공유하고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원도심 도시재생의 성패가 여기에 있다. 향후 구체적인 비전과 콘텐츠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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