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예당평야 솔뫼성지 대표명소, 신리성지까지 버그내순례길 생생체험
합덕성당도 인기… 삽교호 라이딩명소, 아미산·삼선산 수목원서 ‘단풍 구경’
해나루쌀·조개구이·꺼먹지정식 별미

▲ 솔뫼성지. 당진시 제공
▲ 버그내 순례길. 당진시 제공
▲ 합덕성당. 당진시 제공
▲ 삼선산 수목원. 당진시 제공
▲ 삽교천변 자전거길. 당진시 제공
▲ 아미여울 꺼먹지정식. 당진시 제공
▲ 아미산의 가을숲길. 당진시 제공
▲ 신리성지 순교미술관. 당진시 제공

[충청투데이 인택진 기자] 충남 서북권에 위치한 당진은 바다와 호수, 넓은 평야까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계절에 상관없이 사시사철 볼거리가 풍부하지만 당진의 가을은 더더욱 놓쳐서는 안 되는 계절이다. 가을의 당진은 풍요의 고장답게 바다와 들에서 나는 풍부한 먹거리가 넘쳐나고 넘실거리는 황금들녘 사이로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조선후기와 개화기를 거치며 서양학문으로 소개된 천주교의 박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솔뫼성지, 신리성지, 그리고 두 성지를 이은 버그내순례길까지 당진은 한국 천주교의 못자리이자 요람으로 발길 닿는 곳곳에 천주교 문화유적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밥맛을 자랑하는 해나루쌀의 고장 당진은 제방길 따라 이어진 자전거길 사이로 황금물결을 이루는 너른 들판, 남녀노소 누구나 오르기 쉬운 아미산의 단풍까지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솔뫼성지와 신리성지

충청남도 서북부 지역을 지칭하는 내포((內浦) 지역 중에서도 조운선이 드나들고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했던 당진은 과거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다. 그렇다보니 중국으로부터 많은 신문물을 접할 수 있었고, 당시 학문으로 처음 소개된 천주교도 일찍이 지역주민 사이에 퍼져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 3대에 걸쳐 순교자를 배출한 곳이 바로 솔뫼성지다. 당진시 우강면에 위치한 솔뫼성지에서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1821~1846)가 태어났다. 2004년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복원된 이곳에서 2014년 8월 아시아 천주교 청년대회가 열렸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해 유명세를 탔다. 같은 해 문화재청으로부터 국내 천주교 관련 유적 중 최초로 국가지정 문화재 사적 제529호로 지정됐다. 현재 이곳에는 김대건 신부 생가 외에도 기념관과 성당, 아레나 광장, 수녀원, 김대건 신부 동상이 병풍처럼 둘러싼 소나무 군락과 함께 어우러지며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이 힐링장소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솔뫼성지와 가까운 당진시 합덕읍에는 또 다른 천주교 성지인 신리성지가 있다. 충청남도 기념물 제176호로 지정된 이곳은 제5대 조선 교구장을 지낸 다블뤼주교가 조선천주교사를 집필한 곳으로, 조선천주교회 초기 박해시절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했다.

2017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순교 미술관을 비롯해 순례성당과 사제관, 수녀원, 무명순교자의 묘 46기가 있는 솔뫼성지가 가을 여행지로 최고인 이유는 바로 충남의 곡창지대인 예당평야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솔뫼성지 자체도 볼거리가 많지만 노란 옷으로 갈아입은 벼가 물결을 이루며 넘실거리는 정겨운 시골풍경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 솔뫼성지다.

◆버그내순례길과 합덕성당

솔뫼성지와 신리성지는 차로 이동할 수 있지만 두 곳을 잇는 버그내순례길도 있어 지역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하며 걸어 볼 수도 있다. 버그내 순례길은 솔뫼성지를 출발해 천주교 박해기 신자들의 만남의 공간이었던 버그내시장과 합덕성당, 그리고 조선시대 3대 방죽 중 하나인 합덕제를 지나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샘인 원시장 우물터와 무명순교자의 묘역을 거쳐 신리까지 약13.3㎞ 코스로 조성됐다.

충남 내포지역의 천주교와 관련된 근현대 문화와 지역민들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녹여낸 버그내 순례길은 지난 2016년 아시아 도시경관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기도 했다.

순례길 중간지점인 합덕제 인근에 위치한 합덕성당(충청남도 기념물 제145호)은 충청지역 최초의 본당으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벽돌과 목재를 이용해 벽돌조 성당으로 만들었다. 성당 정면의 종탑이 쌍으로 되어 있는 합덕성당은 고딕 성당의 건축적 특징과 더불어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며 오늘날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찾는 핫플레이스이자 예비부부들의 셀프웨딩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서해의 관문 삽교호와 자전거길

34번 국도를 이용해 경기도에서 충남도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서해의 관문 삽교호 관광지가 있다.

이곳에는 수산물시장을 비롯해 아시아 최초의 군함테마공원인 함상공원과 해양테마과학관, 바다사랑공원, 놀이동산, 캠핑장 등이 있으며, 각종 해산물도 싱싱하게 맛볼 수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당진의 많은 관광 명소 중 삽교호 관광지를 가을에 가봐야 하는 이유는 가을철 당진의 대표 먹거리 조개구이를 맛볼 수 있고, 최근 자전거 동호인 사이에서 가을 라이딩 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자전거길이 있기 때문이다.

삽교호 관광지를 출발해 남쪽으로 우강면 부장리까지 이어진 왕복 19㎞ 구간의 삽교호 제방 자전거길은 한쪽으로 호수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으로는 수확의 계절을 맞아 황금빛 옷으로 갈아입은 들녘이 어우러지며 장관을 연출한다. 자전거길에는 자전거 쉼터와 이정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평지위주의 코스 구성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누구나 걷기 편한 가을 숲 아미산

미인의 눈썹같이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진 아미산은 당진의 최고봉이지만 해발 349.5m로 높지 않고 산세도 험하지 않아 제1봉과 2봉, 정상인 3봉까지 모두 합쳐야 1시간 남짓이면 오를 수 있어 초보자와 가족단위 등산객들에게 제격이다. 1시간 코스의 시간이 아쉽다면 인근 다불산과 몽산을 등산 코스에 넣거나 당진시내에 위치한 대덕산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하면 3시간 이상의 산행도 가능하다. 가을의 아미산은 울긋불긋 물이 든 단풍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등산로 사이에 정자와 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어 걷기에 부담이 없다.

◆가을풍경 담은 삼선산 수목원

2017년 4월 개장한 이후 당진시민들의 새로운 쉼터로 발돋움한 삼선산수목원은 당진시 고대면에 자리 잡고 있다.

20만 9273㎡ 규모의 이 수목원에는 전시원과 방문자센터, 난대온실, 전망대, 피크닉장, 키즈꿈의숲 등의 시설을 비롯해 목본 675종, 초본 632종 등 모두 28만 8000여본의 식물이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개원 이후 편의시설이 계속 늘어나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실버카페를 비롯해 자생식물원과 철제 공공예술 문화공간에 이어 올해는 1.3㎞ 길이의 황톳길도 조성돼 맨발 걷기 체험도 가능하다.

◆당진하면 역시 해나루쌀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한식의 기본 음식인지라 당연하게도 쌀은 한국인의 주식으로 엄청난 소비량을 자랑한다. 전국각지에서 쌀이 생산되지만 당진의 해나루쌀은 해외 여러나라에 수출될 정도로 맛을 인정받고 있다. 해풍을 맞으며 자란 해나루쌀은 당진시의 엄격한 품질관리와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되는 만큼 믿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당진해나루쌀조합공동법인의 해나루쌀 생산농가 45곳이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 재배 인증을 받기도 했다.

◆함께 하면 즐거운 코스

가을 당진 여행 추천코스는 삽교호 관광지와 합덕성당과 신리성지, 아미산(삼선산수목원)이다. 삽교호 관광지에서 놀이기구와 자전거도 타고 테마 과학관을 견학한 다음 점심식사로 조개구이를 추천한다. 식사 후에는 아름다운 합덕성당에서 사진도 찍고 가을이 내려앉은 신리성지에서 햇살에 흠뻑 취해도 좋다. 또한 아미산에서 가벼운 산행을 즐기거나 삼선산수목원에서 황톳길을 걸으며 가을의 산이 선물하는 풍경을 담기를 권한다. 돌아가는 길에는 농가맛집 아미여울에서 해나루쌀로 갓 지은 밥과 꺼먹지로 만든 요리를 맛보면 당진여행의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다. 당진시 순성면에 위치한 아미여울은 당진지역 생활개선회에서 활동 중인 여성농업인 7명이 주축이 돼 당진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곳이다. 평범한 농부에서 향토음식 전문가로 변신해 엄마 입맛을 선보이며 문을 연지 1년도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지역주민들로부터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당진=인택진 기자 intj469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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