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능수버들에 얽힌 전설을 간직한 천안삼거리공원에 ‘버드나무 테마원’을 조성한다.

18일 시에 따르면 버드나무 테마원은 2021년 하반기 준공예정인 천안삼거리공원 명품화사업의 대상지 중 영남길 일원 약 3만㎡ 면적에 만들어진다.

버드나무 테마원은 대형 능수버들부터 용버들, 갯버들, 왕버들 등 약 30여종의 다양한 버드나무를 볼 수 있도록 구성될 전망이다.

시는 특히 능수버들 군락지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한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한국이 원산지인 우리나라 대표 버드나무 ‘능수버들’은 천안삼거리와 깊은 인연이 있는 나무다.

천안삼거리는 조선시대부터 한양에서 경상도와 전라도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삼남대로의 분기점이다.

오고 가는 사람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공존하는 곳인 만큼 ‘삼거리에서 이별하는 부녀나 부자 이야기’, ‘헤어지고 재회하는 형제 이야기’ 등 많은 전설들이 전해진다.

능수버들에 얽힌 전설을 간직한 천안삼거리공원에 조성된 ‘버드나무 테마원’. 사진=천안시 제공
능수버들에 얽힌 전설을 간직한 천안삼거리공원에 조성된 ‘버드나무 테마원’. 사진=천안시 제공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전설은 능소와 박현수의 사랑 이야기인 ‘능소전’이다.

능소전을 보면 조선 초 경상도 함양에 살았던 홀아비 유봉서는 왕명으로 수자리(북쪽 국경지대를 경비하던 민병)에 가게 되자 천안삼거리에 이르러 어린 딸 능소를 주막에 맡겼다.

유봉서는 지팡이 삼아 꺾어 온 버들가지를 길가에 심으면서 “이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면 돌아올 것”이라고 당부하며 능소와 천안삼거리에서 작별했다.

버들가지가 뿌리를 내려 버드나무로 자랐고 그 나무를 능소버들 또는 능수버들이라 부르게 되었다.

주모의 보살핌으로 어여쁜 처녀로 자란 능소는 호남지방에서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가기 위해 잠시 주막에 머물던 선비 박현수와 사랑에 빠지고 혼인을 약조한다.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떠난 박현수가 오랫동안 소식이 없자 능소는 아버지가 심은 버드나무옆으로 죽 버드나무들을 심기 시작했다.

능소는 “저 나무가 무성해지면 아버지가 돌아오신다고 하셨지. 이 나무들이 자라면 반드시 낭군도 돌아오시겠지”라고 박현수를 기다렸다.

그사이 장원급제한 박현수는 암행어사가 돼 천안으로 내려갔다.

그의 허름한 옷차림을 보고 사람들은 “낙방했나 봐! 몇 년 만에 저 꼴로 왔어”하고 혀를 찼지만 능소는 한결같이 대했다.

며칠 후 천안에서 암행어사가 출두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암행어사 행차가 능소의 집 앞에서 멈추자 박현수가 나타났다.

그는 그 자리에서 능소와 혼인을 올렸고 그 광경을 본 이웃사람들이 흥에 겨워 풍악을 울리며 어깨춤을 추자 박현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노랫가락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천안삼거리 흥타령’이다.

맹영호 명품문화공원조성추진단장은 “전국에 있는 다양한 버드나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천안삼거리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되새기고 버드나무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천안시의 시목(市木)인 능수버들은 꽃가루 등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추세였다.

그러나 최근 다른 식물의 꽃가루와는 달리 알레르기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돼 시는 버드나무를 조경수로 식재하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

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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