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덜 등장하고 자동차보다 가구와 함께
KAIST 이병주 교수팀 성별 간 캐릭터 편향성 분석 지표 개발

대부분 국내외 영화에서 여성의 등장 횟수가 적고 실내나 가구와 함께 등장하는 등 여성을 편향적으로 묘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병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2017∼2018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와 우리나라 영화 40편을 분석한 결과 여성은 슬픔·공포·놀람 등 수동적인 감정을 더 표현하는 반면 남성은 분노·싫음 등 능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성이 자동차와 함께 나오는 비율은 남성의 절반 수준(55.7%)인 데 비해 가구와 함께 나오는 비율은 123.9%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시간적 점유도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56% 정도 낮았다. 평균 연령은 79.1% 정도로 어리게 나왔다.

이 두 가지 지표는 특히 국내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됐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병주 교수는 "영화라는 매체가 대중 잠재의식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영화 내 남녀 캐릭터 묘사를 더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미지 분석 시스템을 통해 8가지 새로운 지표들을 제시하고 분석해 성별 묘사 편양성을 밝혀냈다.

8가지 지표는 과거 다양한 매체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성별 묘사 편향성에 관한 연구 결과에 기반해 영화 내 편향성을 판별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로 △감정적 다양성(Emotional Diversity) △공간적 역동성(Spatial Staticity) △공간적 점유도(Spatial Occupancy) △시간적 점유도(Temporal Occupancy) △평균 연령(Mean Age) △지적 이미지(Intellectual Image) △외양 강조도(Emphasis on Appearance) △주변 물체의 빈도와 종류(Type and Frequency of Surrounding Objects)를 연구팀은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는 여성 캐릭터 성별 묘사 편향성을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로 평가한다.

미국 여성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이 지표는 균형적 성별 묘사를 위한 최소한의 요소가 영화에 반영돼 있는지를 보는 데 중점을 둔다.

일정한 수준을 통과하려면 '영화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 등장하고, 그 여성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여성 캐릭터 대화 주제가 남성 캐릭터와 관련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 방식은 그러나 대사만으로 판별하기 때문에 시각적인 부분을 간과한다는 한계를 보인다. 평가자가 영화를 보고 주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오류 발생 가능성도 크다.

이 교수 연구팀은 24프레임 영화를 3프레임으로 다운 샘플링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얼굴 감지 기술(Face API)로 영화 캐릭터 젠더·감정·나이·위치 등을 확인했다.

이어 사물 감지 기술로 영화 캐릭터와 함께 등장한 사물의 종류와 위치를 파악했다.

그 결과 벡델 테스트 통과 여부와는 상관없이 대부분 여성을 편향적으로 묘사하고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는 KAIST 인문사회과학부 석·박사 모험 연구과제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장지윤·이상윤 석사과정이 주도한 연구 논문은 다음 달 '컴퓨터 기반 협업 및 소셜 컴퓨팅 학회'(CSCW·Computer-Supported Cooperative Work and Social Computing)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투데이픽 todaypi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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