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봉 충북NGO센터장

충북NGO센터에서는 지난 주 '존엄한 삶을 위한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철학세미나를 개최했다. NGO센터 내 어울림도서관 철학 독서모임이 주최하고 모임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소셜이노베이션그룹 양세진 대표가 강의하는 시간이었다. 해방이후 4·19, 광주항쟁, 6월 민주화항쟁, 촛불시민혁명을 거치면서 민주주의는 눈부신 발전을 이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민주주의에 배가 고프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완성된 체계가 아니라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지만 더 깊은 민주주의, 더 넓은 민주주의, 더 높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세미나는 ‘존엄한 삶을 침해하지 않는 민주주의의 가능성에 여전히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하는 문제에 대해 캐물음을 하기 위해 기획됐다.

세미나는 존엄한 주권적 주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주권적 주체란 행복한 삶을 향유하며 모든 통치활동과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주권자의 삶을 살아가는 주체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당하고 훼손되지 않는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 주체가 존엄한 주체이다. 오늘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지만 국민은 단지 선거일에만 권력을 가지며 그 후에 권력은 정치지도자의 전리품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대표자를 대표자답게 뽑는 선거권 행사로만 인식하고 있고, 민주주의는 곧 대의민주주의라는 인식의 틀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프랑스혁명과 미국혁명을 통해 탄생한 의회의 탄생 이유는 단지 모든 사람이 다 모일 공간이 없어서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선거제도를 통해 대표자에게 권력(arche·아르케)을 위임하지만 그 권력은 본질적으로 주권적 주체의 힘(kratos·크라토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아르케의 어원은 그리스어 아르콘(archon)에서 나왔는데 아르콘은 아테네의 총리를 가르키고 있다. 아테네의 경우 총리는 직접민주주의에 참여한 시민계급에 의해 선출되고 언제든지 그 지위가 시민의 의지 즉 크라토스에 따라 박탈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의회권력은 한번 선출하게 되면 그 임기가 끝날 때까지 소환할 수가 없는 주권자의 힘을 제한하는 구조로 민주주의의 본질이 왜곡되어 있다. 또한 권력을 가진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몰두하면서 일반 이익에 해를 끼치고 이 과정에서 존엄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세미나에서는 존엄한 삶을 위한 민주주의의 세 가지 조건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첫째, 자기 존엄의 힘을 신뢰하고, 타자의 존엄을 인정하는 힘이 필요하고, 둘째, 마을과 공동체 속에서 호혜와 신뢰, 협동을 바탕으로 하는 상호공속적 관계망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존엄한 주권적 주체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 즉 정의로운 법과 제도에 의해 작동되는 나라를 꼽았다.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평탄하지 않지만 가야할 길, 존엄한 삶을 위한 민주주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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