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동백정해수욕장 복원 사업
글싣는 순서
上. 지지부진한 약속 이행
下. 부글부글 속 끓는 민심
협약 체결 후 여전히 계획 수립 중
신서천화력 건설공사 중단 주장도
복원사업 회의론에 여론 분열까지

[충청투데이 노왕철 기자] 요즘 서천군 서면 마량리 주민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30년 넘게 서천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것도 우리고 또다시 몇 십 년이 갈지 모르는 새로운 발전소를 떠안아야 하는 것도 우린데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사업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이 여기저기서 표출되는 게 못마땅하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한국중부발전의 소극적 약속이행 속에서 흘러간 7년, 이 기간 중부발전에 대한 지역민의 불신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중부발전 측은 약속사업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7년의 시간은 주민들의 입장에선 허송세월이었다. 단적으로 중부발전 약속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은 '여전히 계획 수립 중'이다.

중부발전은 2012년 10월 24일 신서천화력 건설이행협약 체결 이후 이렇다 할 사업추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지역민이 "도대체 뭐 하는 거냐"며 반발하자 2016년 4월 4일에야 시부이행계획의 윤곽을 마련했다. 이후 또다시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사업타당성 용역에 착수했다.

이후 기본적인 계획 수립을 위한 군과 중부발전, 전문가, 지역민 등이 참여하는 서천화력 폐부지개발 포럼이 발족돼 운영 중인데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군과 중부발전은 사업범위와 예산 등에 있어 큰 인식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군은 해수욕장 복원공사를 약 900억 원 규모로 보고 있지만 중부발전의 예상소요비용은 100억 원 정도로 입장 차가 크다. 지역민들이 중부발전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유다.

세부사업계획에 대한 이 같은 입장 차로 인해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협상력은 떨어지는 만큼 당장이라도 신서천화력 건설공사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홍성돈 비대위원장은 "신서천화력발전소 건설은 착착 진행되고 있는데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사업과 리조트 건립사업은 감감무소식이다. 중부발전이 약속한 2023년 사업 마무리 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이라며 "7년째 협의만 하고 있다. 중부발전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를 그냥 두고만 보고 있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민들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는 또 있다. 올 들어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사업이 꼭 필요한가 하는 회의론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때문이다. 길이 500m도 안 되는 해수욕장을 복원하고 여기에 리조트를 건립한다고 해서 과연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솔솔 흘러나오는데 주민들은 이 역시 중부발전이 지역민간 갈등을 부추기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는 배후에 있지 않느냐고 의심하고 있다.

홍 비대위원장은 "물론 중부발전은 부인하지만 우리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중부발전과 서천군이 2012년에 협약한대로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됐다면 나오지 않았을 얘기가 나오니 중부발전이 야속한 것도 사실"이라며 "세 차례의 포럼이 진행되는 동안 중부발전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시간을 끌면서 여론을 분열시키려는 것 아닌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중부발전은 사업추진 의지만 내비치지 말고 이 같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지지부진한 사업추진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2016년 세부이행계획 수립 이후) 지금까지 뭘 했느냐는 질책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저희가 잘 못 했다. 다만 용도지역변경 인허가 등 행정절차 미비로 인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서천=노왕철 기자 no85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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